20일 화엄사서 국제영성음악제…세계적 음악가들 다수 참여
우리의 아픈 상처를 치유해줄 세계적인 영성음악가들이 지리산 화엄사에 한데 모여 영혼을 울리는 음의 향연을 펼친다.
전남 구례군 화엄사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오는 20일 오후 2시에 여는 국제영성음악제인 ‘2007 화엄제’에서다.
자아를 떠나보내는 아픔을 표현한 ‘길 떠남’을 주제로 혼탁한 세상을 밝히려는 구도행과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낼 이번 화엄제엔 영화 〈리틀 부다〉에서 만트라를 부른 티베트 출신 유럽 망명가수로, 달라이 라마가 가장 아끼는 음악가로 알려진 디첸 샥 닥사이와 미국 영성음악계를 대표하며 그래미상을 수상한 인디언 출신 조안 쉐난도어, 몸 속에서 잠자고 있는 신성을 깨우는 가수로 알려진 캐나다 출신의 제니퍼 베레잔 등 세계적 영성 음악가들이 출동한다.
화엄제의 총감독은 독일 유학에서 돌아와 순천의 한 사찰에서 현 화엄사 주지 종상 스님과 인연을 맺었던 순천대 박치음 교수가 맡았다. 서울대 노래동아리 〈메아리〉의 창단 멤버인 박 교수는 김민기 등과 함께 이른바 운동권 가요의 1세대다. 한 세대를 풍미한 운동권 가요인 〈가자가자〉, 〈반전반핵가〉, 〈투사의 유언〉, 〈내 사랑 한반도〉 등이 그가 만든 곡들이다.
박 교수는 “영성음악은 우리 모두가 본래 지닌 치유력을 일깨우는 음악으로, 왜곡된 인간관계를 회복시키고 물질문명의 틈바구니에서 고통 받는 영혼을 위로한다”면서 “대부분의 야외음악제가 밤에 열리는 것과 달리 대낮에 열리는 화엄제는 일체 인위적인 조명장치 없이 태양 아래서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만을 배경으로 온전히 음악가의 소리만으로 관객의 영혼에 다가간다”고 말했다.
그는 “출연한 음악가가 무대에 올라 노고단 정상과 붉게 물든 단풍들을 한눈에 보게 되면 음악가 자신이 지리산의 아름다움에 몰입해 영혼의 소리를 뿜어냄으로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전해주게 된다”며 “명산 천년 고찰의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거의 교통비만 받고도 기존의 스케줄마저 바꿔 이곳에 왔다”고 전했다.
화엄제는 법당에서 염불 하는 화엄사 스님들이 묵언으로 경행해 객석에 앉는 모습으로부터 시작된다. 불전사물 연주, 음악극집단 바람곶의 공연과 함께 팔순의 조순애 명창의 구음(口音) 등 우리 고유의 영혼의 소리도 울려 퍼진다. 조 명창의 구음 공연은 발음 없이 오직 목청으로 내는 소리로서 그의 제자들조차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여서 참석자들에게 귀한 경험을 선물한다.
화엄제에 앞서 17일 오후 7시30분엔 북한산 자락인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타라를 만나러 가는 밤’이라는 주제로 ‘화엄제 작은음악회’가 열린다. 이 작은음악회 표는 발매 즉시 매진됐으며, 화엄사에선 무료로 공연된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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