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법대로 살자” 봉암사 결사 60돌 대법회
“선거·파벌 없애야” 촉구도
성철·청담 스님 등 한국 현대 불교를 중흥시킨 주역들이 수행을 시작한 ‘봉암사 결사 60돌’을 맞아 조계종 종도들이 흐트러진 결사 정신을 재무장했다. 19일 오전 11시 경북 문경 희양산 봉암사에서 열린 ‘수행종풍 진작을 위한 대법회’에서였다.
조계종 사찰 가운데 유일하게 일년 내내 산문을 폐쇄하고 선승들이 참선 수행하는 이 종립특별선원엔 이날 종정 법전 스님,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비롯한 스님 1천여명과 신자 9천여명 등 1만여명이 찾았다.
‘조계종 1만명 빗속 참회’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대형 현수막 아래 대법회가 시작될 무렵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신자들은 천막 아래서 비를 피하거나 우비를 입었지만 스님들은 비를 그대로 맞은 채 대웅전 앞에 섰다. 가사장삼은 흠뻑 젖었으며 얼굴엔 비장감이 더해갔다.
지관 총무원장은 “우리는 여러 가지 내우외환을 겪으며 수행가풍을 의심받는 상황에 이르러 우리를 향해 곱지 않은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을 향해 우리의 정당성을 주장하기에 앞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불교계에 쏟아진 세간의 비판을 외부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내 탓으로 돌리겠다는 것이었다.
종도들을 대표해 혜국 스님(석종사 선원장)이 읽은 선언문도 “종단의 모든 문제를 우리 승가 모두의 허물로 보고 함께 참회하자”는 쪽으로 모아졌다. 영진 스님이 읽은 참회문은 “자신의 단점을 모르는 것보다 더 심한 병은 없으며, 자기 허물에 대해 충고 듣기를 좋아하는 것보다 더 큰 장점은 없을 것”이라며 “지금의 위기와 고난이 졸음을 깨우는 경책의 죽비 소리임을 알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현장 분위기를 보면 ‘신정아·변양균 사건’으로 불교계가 열대 맞을 매를 백대나 맞았고, 언론 등의 음해가 심하다며 들끓던 분노가 참회의 마음으로 돌아서고 있었다.
선승들은 정치승들의 권력과 이해 다툼에 종단 전체가 먹칠당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봉암사 주지 함현 스님은 총무원장과 본사 주지 등의 선거로 계파 갈등이 불거진 것을 겨냥해 “종단 안 각종 선거와 파벌을 없애자”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나선 법전 종정은 “여기 모인 대중은 곧은 것과 굽은 것을 모두 놓아버리면 시방의 종지가 한 곳으로 모일 것이요, 정과 사의 시비가 원융을 이룰 것”이라는 법어를 내렸다. 시비를 떠나 수행자의 본분으로 돌아가라는 것이었다. 문경 희양산/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영상/ <영상미디어팀> 은지희 피디 jheunlife@hani.co.kr
■ 봉암사 결사
조선 500년간의 억불 정책과 일제 때 왜색 불교로 말미암아 스님들이 결혼을 하는 등 한국 불교의 독신청정승이 씨가 마를 지경에 이르자 성철, 청담, 자운, 서암, 법전 스님 등이 한국 불교 전통을 되살리기 위해 ‘부처님 법(가르침)대로 살아보자’며 수행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이들은 1947년부터 봉암사에서 스스로 나무하고 밭일하고 탁발하는 등 매일 두시간 이상 노동을 하면서, 정오 이후엔 금식하고 방에선 잡담하지않고 정해진 시간 외엔 눕지 않은 채 오직 수행 정진한다는 ‘공주규약’(共住規約)대로 수행해 한국 불교의 혁명적 변화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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