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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우리 사상이 세계 평화 ‘씨앗’ 될 수 있을까

등록 2007-10-22 19:07

평화재단, 24일 학술회의 개최

원효 화쟁사상→ 갈등의 소통최제우 동학사상→ 근대·보편성함석헌 씨알사상→ 가치의 총체적 총합한국 사상의 세계적 평화사상 가능성 제시

성자는 지혜를 얻은 사람이다. 그 지혜는 그를 따르는 종교인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자신의 사상이 특정인들의 도그마가 되어버리는 것을 성자들이 추호도 원할 리 없다. 지금 서로 갈등하고 미워하고 갈라져서 괴로운 사람들을 위해 지혜의 샘을 아낌 없이 나눠주고 싶을 것이다.

평화재단이 오는 24일 오후 2~6시 서울 태평로 1가 한국언론회관 20층 국제회의장에서 ‘한국사상에서 찾는 평화와 통일’이란 전문가포럼을 여는 것도 우리의 난제를 푸는 데 성자의 지혜를 썩히지 말고 활용해보기 위함이다. 재단이사장 법륜 스님은 “세계적인 모순이 집약되어 있는 동북아, 그 안에 자리잡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더 깊고 풍성한 지혜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한민족 역사 속에 존재했던 우리 고유의 평화 사상의 가치를 주목해 세계적인 평화사상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해 보자”고 제안했다.

이번에 조명될 평화사상들은 원효의 불교사상과 최제우의 동학사상, 그리고 기독교사상을 대변하는 함석헌 사상이다. 세 발표자의 발표문을 미리 살펴보자.

원효의 ‘화쟁(和諍)과 일심(一心)’에 대해선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김석근 교수가 발표한다. 원효(617~686)는 고구려, 백제, 신라가 끊임없이 각축하고 항쟁하는 대립과 갈등의 시대를 살았다. 원효의 화쟁은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한 뒤 당나라 군대를 이 땅에서 축출하는 과정에서 계속된 전쟁과 살생을 넘어 하나가 되기 위한 몸부림에서 나왔다. 김 교수는 “뭇 경전의 부분적인 면을 통합해 온갖 물줄기를 한 맛의 진리의 바다로 돌아가게 하고, 불교의 지극한 공변한 뜻을 열어 모든 학파들의 서로 다른 쟁론을 화쟁시킨다”며 원효의 〈열반경종요〉를 인용해 원효의 사상을 설명한다. 그는 화쟁에 해당하는 오늘날의 용어를 ‘소통’으로 본다. 화쟁은 서로 다른 주장들을 모아서 서로 소통시킨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치적으로 제도적으로 통일되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다 해결되지는 않고 마음의 앙금은 아주 오래 남을 수 있다”며 “화쟁과 일심은 ‘어제까지 적으로 싸우다 오늘은 한 지붕 밑에 같이 살아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원효가 제시한 인간 마음의 통일”이라고 밝혔다.

근대 우리나라의 변혁의 물꼬를 텄던 수운 최제우의 동학에 대해선 동학사상을 연구하는 ‘모심과살림연구소’ 소장인 박맹수 원광대 교수가 발표한다. 박 교수는 “수운이 말하는 서학이란 천주교만이 아니라 서양학문과 서양문명 전체를 가리키는데, 수운은 서학을 배척하기는커녕 서학이 지닌 근대성과 보편성을 널리 인정했다”며 “다만 그것이 지닌 제국주의적이며 침략주의적인 성격을 극복함으로써 조선 사람들에게 알맞으면서 조선의 역사와 전통에 어울리는 가장 주체적인 사상을 만들어보고자 했던 민초들의 열화와 같은 소망을 집대성한 사상적 창조의 결과물이 바로 동학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동학은 우리의 고유사상이던 풍류도와 대승불교 전통, 유학, 서학 등을 아울렀다”며 “모든 사상과 두루 소통하면서 뭇 생명을 다 살려내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사상”이라고 말했다.

함석헌의 사상은 〈함석헌 평전〉의 저자인 김성수 박사가 발표한다. 1947년 “내 생각은 말고 어서 가거라”는 노모의 음성을 들으며 북한을 탈출해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 어머니와 맏아들, 맏딸을 다시 만나지 못한 채 숨을 거둔 함석헌은 일본 식민과 분단과 독재의 아픔을 온몸으로 살았던 사람이다. 김 박사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면서도 서구기독교가 로마 콘스탄틴 대제 이후 지배 이념화하고, 정치 제도권과 결탁함으로써 일반 씨알과 생활을 함께했던 예수정신의 본래 의미를 상실했다고 보았던 함석헌은 1940년 1년간 일제 감옥에 수감된 동안 노자와 장자를 읽고 노장의 평화사상이 인류 전체의 향상된 질적인 삶을 위해, 물질과 군사력을 앞세운 제국주의나 물량주의를 맹신하는 자본주의 가치들을 대체할 수 있고, 대체해야 한다고 믿었다”고 전한다. 김 박사는 또 “편식이 몸의 건강을 해치는 것처럼 편향적 사상이나 편견적인 생각은 인간의 건강하고 총체적인 정신발전을 저해한다”며 “함석헌의 삶과 사상은 민족정신과 세계정신, 동양과 서양,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이성과 신앙, 과학과 종교, 세속도시, 즉 종교의 세속화와 신의 도시 등의 가치를 크게 하나로 통일하는 총체적 종합을 추구하려는 데 있었고, 이런 종합적 가치는 곧 한반도의 평화통일뿐 아니라 세계 평화를 이루는 필수적 씨앗”이라고 밝혔다. (02)581-0581.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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