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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신군부, 월주 총무원장 지지 거부에 ‘숙정’계획

등록 2007-10-25 21:28

국방부 과거사위가 밝혀낸 ‘80년 불교·언론탄압’ 진상 - 10·27 법난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과거사위)가 25일 발표한 ‘10·27 법난 사건 조사결과 보고서’는 진상 파악에 핵심이 되는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냈다. 먼저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10·27 법난 사건의 전후 과정을 보고받아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진술과 증거 자료들을 확보했다. 또 “조계종의 분규와 비리를 해결하고, 스님으로 위장한 불량배와 불순분자들을 일소하기 위한 수사”라는 당시 신군부의 주장과 달리, 신군부 세력에 비우호적인 월주 조계종 총무원장과 집행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서 비롯된 사건이라는 점을 규명했다.

■ 전두환씨 알았다=전 전 대통령은 80년 12월11일 법란 사건 뒤 구성된 조계종 정화중흥회의 대표단 승려 8명을 청와대에서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참선하는 절에 깡패들이 서식하고, 내가 잘 아는 서아무개 박사가 동국대에서 종단분규로 욕을 보았다. 종단정화가 빨리 종식돼 국민정신계도에 앞장서 달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 과거사위는 “전씨 발언이 담긴 면담록을 최초로 입수해 확인한 사실”이라며 “5공비리 청문회나 백담사로 갈 때 ‘법란 사건을 몰랐다’고 했던 전씨의 말이 거짓임을 확인해 준다”고 밝혔다. 또 “김충우 합수부 합수단장도 ‘80년 6월 조계종 수사 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2부 작성해 합수부와 청와대에 각각 보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 총무원과 갈등이 계기=월주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은 법란 이전 신군부가 요구한 전두환 장군 지지 표명과 문공부의 자율정화 지침을 거부했다. 또 호국안보대회에 소극적으로 참여한데다 불교재산관리법 개정을 요구해 신군부와 갈등이 깊어졌다. 과거사위는 “월주 총무원장에 대한 신군부의 반감이 법란의 직접적 계기”라고 밝혔다. 문화공보부가 월주 스님 등 개운사 승려 중심의 총무원 집행부에 대해 강한 이념적 경계심을 내보인 것도 확인됐다. 과거사위는 “문공부가 개운사 일부 강경 승려들이 ‘호국불교’에서 ‘저항불교’로 변화될 것을 우려했다”며 “이들이 사회민주화세력과 연합해 고질적인 저항세력으로 성장할 우려가 크다고 인식한 것으로 문공부의 ‘불교계 정화추진 방안’ 보고서 조사 결과 드러났다”고 밝혔다.

월주 스님을 반대하는 일부 승려들이 개운사 쪽 집행부를 포함한 35명을 정화 대상으로 지목하는 투서를 국보위에 익명으로 접수시키는 등 국보위의 사회정화 국면을 이용하려 한 사실도 밝혀졌다. 과거사위는 “그러나 국보위는 80년 6월 진정과 투서 내용과는 상관없이 종교계 숙정을 포함한 ‘3단계 사회정화계획’을 세운 것으로 ‘국보위 업무보고’ 검토 결과 드러났다”고 말했다.

■ 수사 과정의 불법성=10월27일 새벽부터 연행된 스님들은 서울 보안사 서빙고분실과 각 지역 보안부대에서 물고문, 전기고문 등 혹독한 고문에 시달렸다. 혜성 스님은 “각목으로 오금치기, 새끼 손가락에 볼펜을 끼워넣은 상태에서 조이기, 잠 안 재우기 등을 당했다”고 말했다. 당시 오대산 상원사 주지였던 삼보 스님은 “새벽에 갑자기 군경에게 끌려가 ‘불순분자임을 인정하라’는 집요한 고문 수사를 받고, 결국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며 “집권을 노리던 신군부가 종교계 장악을 위해 주요 종단 가운데 가장 ‘약체’였던 불교를 희생양삼은 사건이 10·27 법난’이라고 말했다.

수사 결과도 왜곡·과장됐다. 합수부는 80년 11월14일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스님들의 부정축재액이 200억6000만원”이라고 밝혔다. 사찰이나 재단법인의 재산을 승려 개인 재산으로 왜곡한 것이다. 연행된 153명 가운데 실제 형사처벌된 이는 9명에 불과했다.

조계종 총무원은 이날 발표에 대해, “상당한 진전된 진상규명이 이뤄진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광주민주화운동과 삼청교육대 등 1980년대 대표적 인권탄압 사건처럼 특별법을 제정해 명예 회복과 보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앞으로 미진한 부분은 진실화해위원회의 전면적인 조사에서 모두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손원제 기자,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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