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강원 화천서 ‘세계평화의 종’ 기공
세계 분쟁지역서 사용된 탄피·파편 37.5톤 녹여 만들어“남북 분단상황·다종교 국가인 한국서 만드는 데 의의”대형 무기 이용한 공원 만들어 ‘평화 순례코스’ 계획도
‘무기여 잘 있거라’,
전쟁문학의 대문호 헤밍웨이의 꿈은 이루어질 것인가. 인간이 인간을 죽이기 위해 만든 총과 칼과 폭탄을 모두 용광로 속에 넣어 버릴 수 있다면.
그리고 다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라고 했던 헤밍웨이의 가슴 아픈 절망이 희망으로 되살아날 수 있다면.
그런 꿈이 전쟁과 분단의 땅에서 실현되기 시작한다. 30일 오후 2시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 산231번지 일대 ‘평화의 댐’아래서 세계평화의종 기공식이 열린다. 세계의 종교인들이 마음을 모아 전쟁에 신음하던 사람들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 울릴 종을 만드는 것이다.
기공식엔 세계적인 종교인들이 평화의 기운을 모으기 위해 함께 하며, 이 행사 뒤 11월1~2일 이틀간 ‘종교간세계평화위원회’ 회의를 연다.
종교간세계평화위원회 다니엘 고메즈 이바네즈 사무총장은 지난 26일 서울 한국언론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꿈은 꿈으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면서 “평화의종이 울리면서 이제 그것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에 발 벗고 나선 종교간세계평화위원회 정현경 교수(미국 유니언신학교)는 “한반도는 ‘휴전’ 중이어서 2차 대전이 아직까지 종식되지 않은 채 좌우가 대립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자 세계의 주요 종교들이 모두 모여 있는 다종교 국가”라면서 “6·25때 남북과 유엔참전국, 중국 등 세계의 젊은이 5만여 명이 목숨을 잃고 여전히 분단 장벽이 있는 곳에서 평화의 종이 만들어진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평화의 종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김용복 아시아태평양생명학대학원대학 원장과 이삼열 유네스코 사무총장, 이학영 전국기독교청년회전국연맹사무총장, 작가 이외수씨 등은 종교인, 화천군과 함께 세계평화의종건립추진위원회를 꾸려 평화의종과 함께 평화의종 공원을 만들어 평화의댐 일대를 세계적인 평화 순례 코스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김용복 원장은 “앞으로 평화의종 맞은편에 대형무기를 이용한 평화예술공원을 만들고, 평화교육 프로그램도 상설화해 세계의 젊은이들이 이곳을 찾아 평화의 마음을 갖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의 종은 세계 각국의 분쟁 지역에서 사람들을 죽이는 데 사용됐던 탄피들과 파편들까지 합친 9천999관(약 37.5톤)의 쇠로 만들어져 내년 10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마지막 한 관은 한반도가 통일되는 날 더해진다.
한편 평화의종을 뒷받침하고 나선 종교간세계평화위원회는 티베트의 정신적인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민주화 지도자 투투 주교 등의 제안으로 1955년 만들어져 종교인들 간의 우정을 통해 종교적인 불관용과 전쟁, 폭력, 환경 파괴 등을 극복하기위해 만들어진 모임이다.
글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세계적 종교인 대거 참석
이번 평화의종 기공식엔 종교간세계평화위원회 평화위원 22명 가운데 11명이 내한한다. 하나 같이 자기 나라에서 널리 존경 받는 종교지도자들이다. 인도 힌두교의 수도승인 아그니베쉬는 힌두개혁운동인 아르야협회 회장으로 국제반노예지도상, 자유와인권상 등의 수상자이며,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의 히츠키아스 아세파 박사는 ‘아프리카 평화구축과 화해의 네트워크’ 회장이다.
또 세계신앙총의회 회장인 마커스 브레이브루크 목사와 ‘여성의 세계평화주도회’ 공동의장인 조안 치티스트 성베네딕트수도회 수녀, ‘국제 여성불교도 활동회보’ 편집장으로 여승인 다마난다, 멕시코 사크리스토발관구 ‘정의와 평화 감독’ 대리인 곤잘로 베르나베 이투아르트 베두즈코 신부, 북아일랜드 ‘평화인의 공동체’ 설립자 메이리드 매과이어 노벨평화상 수상자, 영국 런던의 회교도문제연구소장인 살레하 마무드 아베딘 박사, 멕시코에 있는 ‘오스카 아르눌포 로메로 연대 국제 사무국’ 국장인 사무엘 루이즈 가르시아 대사제, 이스라엘의 ‘인권을 위한 랍비모임’ 지도자 레비 바이만-켈만 등이 함께 한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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