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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상처받은 사람과 영혼이 찾는 치유의 공간

등록 2007-11-05 19:02

50돌 맞은 가톨릭 전진상교육관

여신도 교육→민주화공간→심리상담소20년 월요강좌 김지하·신영복 등 거쳐가“문화와 영성의 시대…요구 보답할 것”

가톨릭에서 사제와 수도자에 비해 평신도의 힘은 약하다. 여성은 더욱 약하다.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이런 전제엔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었을지 모른다. 전진상교육관이 없었다면. 전진상교육관이 설립 50돌을 맞아 지난 2~3일 독일의 수도자 안셀름 그륀 신부 특별 영성강연을 열었다.

서울 명동거리에 있는 전진상교육관은 가톨릭 평신도 여성들이 지난 50년을 하루 같이 지켜온 곳이다. 지난달 31일 찾은 전진상교육관은 화려하고 소란스런 바깥 거리와는 사뭇 다르다. 고요함 속에서 가끔씩 새어나오는 웃음. 불빛이 아니라 얼굴에서 풍기는 따사로운 빛…. 이것이었을까. 남편과 아버지를 독재정권의 사형장에 보낸 여인들의 손을 잡아주고, 상처 입은 영혼들의 가슴을 어루만져주었던 숨은 힘이.

“사람과 사람이, 마음과 마음이 만나질 때 기쁨을 아시나요?”

1967년 전진상교육관에 들어와 꼬박 40년을 지킨 손영순(68) 영성심리상담소장이 쑥스러운 듯 입을 연다. 수도원엔 들어가지 않았지만 독신으로 살며 평생 전진상교육관을 지켜온 그는 “사람들과 마음으로 만나느라 지루할 새 없는 새날들 뿐이었다”고 했다. 전(全·온전한 자아봉헌)·진(眞·진실한 인간 사랑)·상(常·항상 기쁨)의 영성일까. 손 소장을 ‘언니’라 부르는 다른 이들의 얼굴에서도 감출 수 없는 환희가 배어 나온다.

전진상교육관은 원래 평신도들이 조화로운 인간으로서 성장과 인류의 공동선에 이바지 하기 위해 활동하는 국제가톨릭형제회(아피)의 분회 성격으로 1957년 생겨난 가톨릭여학생관을 그 모태로 하고 있다. 처음엔 지방 출신 여대생들의 기숙사로 출발한 이곳은 60년대 가부장적 남성의 그늘에서 신음하던 여성들을 깨워 가톨릭여성연합회의 산실이 되었고, 가톨릭노동청년회와 가톨릭청년회, 가톨릭 지성인단체 등 훗날 민주화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던 50여개 단체와 활동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어 70년 10월 5월에 이곳에서 개강된 월요강좌는 언론이 통제되는 암흑기에 민주시민 의식을 깨우는 부화장이 되었다. 무려 20년 동안 계속된 월요강좌엔 김지하, 법정스님, 신영복, 노무현 등 내로라하는 저명인사들이 강사로 섰다. 민주화의 대부 함석헌이 건강 때문에 강단에서 내려온 85년까지 10년간 노자강의로 사자후를 토한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80년 들어서는 ‘여성’과 ‘가톨릭’조차 내려놓고 보다 폭넓게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가톨릭여학생관에서 전진상교육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민주화가 이뤄지고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점차 내적 성장과 인간관계에 모아지자 전진상교육관은 각종 심리치료와 영성 프로그램을 개설해 시대적 요구에 응답했다. 전진상교육관은 영성심리상담소와 영성사목센터, 아피 국제교차로 등을 통해 현대인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앞으로 시대는 문화와 영성의 시대 아닙니까.”

신선미 영성사목센터 소장의 말에서 여성운동과 민주화, 심리치유를 거쳐 또 다른 세계를 향해 가는 평신도 여성들의 발걸음이 느껴진다.

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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