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강산·파주서 ‘세계성공회 평화대회’
노벨평화상 후보 ‘로빈 이임스’, 최초 여성 관구장 ‘쇼리’ 등 참석“한국대회 시작으로 평화네트워크 구축…내전지역서도 회의 열 것”
세상의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평화의 사도들’이 한국에 모인다. 14일부터 20일까지 금강산과 파주출판단지에서 열리는 ‘세계성공회 평화대회’(TOPIK)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땅에 평화를…오소서, 오소서 평화의 임금!’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평화대회는 북핵문제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던 지난 2005년 영국 노팅검에서 열린 세계성공회협의회총회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회를 개최하기로 함에 따른 것이다. 이번 대회를 주관하는 대한성공회 수장 박경조 주교는 “지난해 세계 평화지도자들이 평양을 방문하고 휴전선을 지나 서울에 건너와 대회를 여는 행사를 꿈꿨으나 북한의 미사일발사와 핵실험으로 대회가 올해로 미뤄졌다”며 “세계적인 평화지도자들이 한반도를 찾아오는 만큼 평화의 마음을 모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회엔 영국 국교회의 수장인 캔터베리 대주교의 특사로 파견될 예정이던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 지도자 투투 주교의 참석이 노령으로 인한 건강상의 이유로 무산되긴 했지만, 13개국에서 오는 39명의 성공회 평화운동가 면면이 주목 할만 하다.
캔터베리대주교의 특사로 오는 로빈 이임스 대주교(70)는 지난 1986년 아일랜드의 알마흐관구 대주교로 서품 받은 뒤부터 아일랜드의 뿌리 깊은 내전을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꾸준히 막후 협상을 이끌어 결국 1993년 분쟁 종식을 선언한 역사적인 다우닝 스트리트 선언의 초안을 작성해낸 장본인이다.
“가장 근본적인 신성모독은 바로 종파 간의 살인 행위다.”
‘종교’를 앞세운 어떤 폭력도 용납할 수 없다는 이런 선언으로 유명한 이임스 대주교는 이처럼 아일랜드 분쟁을 종식한 공로로 매년 노벨평화상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가 문제해결사 노릇을 한 것은 분쟁 지역만이 아니었다. 세계성공회가 모이는 람베스회의가 여성사제 서품문제로 심각한 분열위기에 직면했던 1988년 ‘공동체와 여성주교문제 위원회 의장’으로 임명되고 2003년엔 람베스 공동체위원회 의장으로 세계성공회의 일치를 이끌었던 그는 미국성공회의 동성애자 주교 서품과 캐나다성공회의 동성애 커플 축복예식 인준 등 난제들을 무난히 해결해 종교를 한 단계 진화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또 미국 성공회 수장 쇼리 대주교(53)도 400년 성공회 역사상 최초로 여성으로 관구장 대주교가 돼 관심을 모으는 인물이다. 맹렬한 비행 조종사 출신으로 지난해 11월 9년 임기의 수장이 된 그는 지난 2003년 동성애자인 진 로빈슨을 뉴햄프셔의 주교로 인준하는데 찬성했고, 동성애 커플의 결합을 인정하고 지지하면서 세계의 빈곤과 질병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등 진보적인 행보로 일관해왔다.
이와 함께 캐나다인으로서 70~80년대 한국의 인권운동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테리 마이클 브라운 솔로몬 아일랜드 주교, 뉴질랜드 총독 출신으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억압과 불평등 개선에 노력해온 폴 리브즈 대주교, 팔레스타인의 전쟁 종식을 위해 노력하는 예루살렘교구의 팔레스타인지도자 살화 듀아이비스 박사 등이 이번 대회에 참석한다.
이번 대회 집행위원장인 김근상 신부는 “한국대회를 시작으로 세계성공회의 평화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내년부터 팔레스타인과 아프리카 부룬디 등 내전지역에서 평화대회를 열어 세계 평화를 이끌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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