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교회 설립 120주년
한국 교회의 뿌리인 서울 남대문교회가 21일로 설립 120년을 맞는다. 남대문교회는 미국 선교사로 외교관이자 의사였던 알렌(1858~1932·사진)이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제중원을 모태로 하고 있다.
알렌이 한국에 들어온 것은 한-미 통상조약이 체결된 2년 뒤인 1884년이었다. 그는 갑신정변으로 주한 외국인들이 제물포로 피난을 떠날 때 한성에 홀로 남아 민영익을 치료해 국왕과 조정의 신임을 얻어 1885년(고종 22년) 제중원을 설립했다. 이 제중원이 선교사들을 불러들이는 창구 구실을 했다. 언더우드도 제중원의 교사로 왔다.
제중원은 초기엔 정식 교회로서 조직을 갖추지 못한 채 알렌의 사택에서 주일예배를 봤다. 그러다 현 을지로 입구로 병원이 이전된 뒤인 1887년 11월 21일 서상윤, 송석준, 김필순 등이 예배를 시작한 것이 남대문교회의 첫 기점이 되었다.
직접선교인 복음전도와 교회설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내 기독교계의 인식 때문인지 간접적인 의료선교에서 출발한 남대문교회는 미국 감리교 목사 헨리 아펜젤러(1858~1902)가 1885년 10월 세운 정동교회, 미국의 호러스 언더우드(1890~1951) 선교사가 1887년 9월 설립한 새문안교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아왔다.
제중원은 1904년 세브란스 병원으로 바뀌었고, 그곳의 교회는 남대문밖 복숭아골로 이전하면서 교회명칭이 남문밖교회, 남대문밖 제중원교회 등으로 불리다가 지금에 이르렀다.
독립운동가, 법조인, 부통령 등으로 활동한 함태영을 비롯해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이었던 이갑영 등이 남대문교회를 통해 배출됐다. 병원이 설립한 교회여서 세브란스 1회 졸업생인 김필순을 비롯해 우리나라 정형외과 태두로 불리는 이용설, 연세대 부총장을 지낸 김명선 등 많은 의사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남대문교회는 지난 17일 120돌을 맞아 ‘알렌기념 세미나’를 열어 설립자 알렌의 선교와 의료 활동 등을 재조명했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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