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사건 등 물의 불교계 참회 실천해야”
올 수입 96억 지출 85억…“회계도 외부전문가 의뢰” 서울 강남의 최대 사찰인 삼성동 봉은사가 사찰 재정을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봉은사는 올 들어 11월까지 불전함 수입과 기도동참 및 불공수입을 비롯한 수입이 모두 96억1820만원이고, 총지출은 85억5729만원이라고 4일 밝혔다.
취임 뒤 지난 1년 동안 매일 1천배씩 절을 하며 기도를 해온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기도 365일째인 오는 6일 봉은사 신도회 간부 500여명이 참석하는 신도회 정기총회에서 △앞으로 불전함을 수거할 때 일반 신자가 참여토록 하고 △회계를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하며 △매년 분기별로 재정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등의 사찰 운영방침을 발표할 계획이다.
명진 스님은 “올해 불교계를 뒤흔든 ‘신정아 사건’과 ‘주지들의 다툼’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는데도 불교계가 형식적인 참회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일반 신도에게까지 불전함을 모두 공개하는 것은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봉암사 결사 정신을 되살리기 위한 구체적 실천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나도 선방에서 살 때 여러 사찰에서 약값 등을 얻어 썼는데, 이렇게 모든 것을 공개하면 신도들에게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돈을 지출할 수 없어 스님들이 야박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모든 분규의 원인인 재정문제를 투명화하고, 신도들이 절 살림에 직접 참여하는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재정 공개를 결행했다”고 밝혔다.
봉은사는 앞으로 살림은 재가 신도들이 맡고, 스님들은 법문과 수행에만 전념하는 쪽으로 변화해 나가기로 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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