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애적 공동체 운동 헌신…명동성당서도 추모 미사
싸움과 분열과 갈등으로 괴로운 이들을 벽난로로 모이게 해 손잡고 사랑을 나누게 했던 포콜라레(Focolare) 운동의 창설자 키아라 루빅(사진) 회장이 지난 1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88살을 일기로 선종했다.
그의 장례미사는 18일 오후 3시(현지 시각) 성바오로성당에서 교황청 국무원장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추기경의 주례로 집전된다. 한국가톨릭교회도 같은 날 오후 7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대전교구 유흥식 라자로 주교의 주례로 추모 미사를 드린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버림 받은 예수님’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사랑으로 점철된 길고 결실 가득한 삶의 여정을 마감한 키아라의 선종 소식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한 가톨릭 평신도단체에 속한 여성의 선종에 세계 가톨릭계가 이토록 안타까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갈수록 분열로 치닫는 세상에서 종교와 신념, 민족을 넘어 인류를 한가족으로 보듬는 일에 헌신해 온 그의 빈 자리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3년 이탈리아의 토렌토에서 철학도이자 초등학교 교사로 살아가던 키아라는 당시 전쟁의 폭력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미움과 분열을 넘어서는 사랑과 일치의 삶을 꿈꾸게 된다. 그는 곧바로 여성들과 함께 나눔의 공동체 생활을 시작한다. 전쟁의 와중에도 생기와 사랑에 넘치는 이들의 삶은 마치 가족들을 벽난로로 끌어들여 단란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들에게 이탈리아 말로 ‘벽난로’란 뜻의 포콜라레란 별칭을 붙여주었다.
그 이후 포콜라레운동은 유아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여성공동체로 성장했고, 일반인은 물론 사제와 주교들까지 참여하는 운동으로서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현재 이 운동은 전 세계 180여개국에 450여만명의 영성 가족들을 두고 있다. 이들은 가톨릭 교회 안만이 아니라 개신교, 타종교, 무신론자들과도 폭넓게 대화하면서 이해와 관용의 조화를 확대시켜 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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