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반대’ 종교인 4대강 대장정 24일 마감
“교회·절·성당 연대해 운하 백지화 구체 실천”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며 4대강을 따라 도보 순례를 펼쳐 온 ‘종교인 100일 순례단’이 24일 대장정을 끝낸다. 순례단이 지난 2월12일 경기 김포를 출발한 지 103일 만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한강-낙동강-영산강-금강을 차례대로 순례해 왔다. 순례를 시작한 첫날 김포의 들판에 친 천막 속에서 영하 20도의 혹한에 떨었던 순례단은 어느새 태양이 작열하는 아스팔트 위에서 비지땀을 흘릴 만큼 긴 시간을 이 땅의 ‘생명의 강’을 따라 걸었다.
순례단은 24일 오전 서울 반포대교 북단을 출발해 종로1가 종각 보신각 앞에서 순례를 마무리하는 ‘생명과 평화의 강 모심대회’를 연다. 이 대회엔 이날 각 종단별 환영객 등 3천여명이 ‘운하 백지화’를 촉구하는 팻말과 모자 등을 갖고 참석할 예정이다. 행사에선 ‘미래 세대를 위한 생명과 평화의 강 퍼포먼스’와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 4대 종단 대표의 ‘생명의 강을 위한 기도문’ 낭독에 이어 4대 종단 연합 노래패가 ‘생명의 강을 위한 노래’를 함께 부르며, 참가자 전체 퍼포먼스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순례가 진행되는 동안 불교·천주교·개신교는 종단별로 ‘운하 백지화를 위한 행동’을 조직해 운하 반대를 위한 구체적인 조직과 실천에 나섰다. 또 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조계종 종회를 비롯한 많은 종교 단체들이 운하 반대를 위한 순례단의 취지에 공감하는 성명을 냈다. 한국 천주교를 대표하는 천주교 주교회의에서도 다음달 초께 운하 반대를 위한 성명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순례기간 중 운하를 반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높아지면서 운하 추진 움직임은 한동안 잦아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다시 ‘치수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남에 따라 순례단은 도보 순례가 끝난 뒤에도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종교별 연대를 통해 운하 백지화 운동을 더욱 구체화해 펼치기로 했다. 불교환경연대 대표 수경 스님은 “대운하와 에프티에이(FTA), 광우병은 모두 우리와 자연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 아니냐”며 “앞으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교회와 성당과 절이 신자들과 함께 생명의 문제를 각성하고, 구체적 실천에 나서는 방안을 강구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100일 순례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한 이들은 순례단장인 이필완 목사와 김민해·양재성·차흥도 목사, 천주교 김규봉 신부, 성공회 김경일·최상석 신부, 수경·도법·지관 스님, 원불교 홍현두 교무, 박남준·이원규 시인, 명호씨 등이다. 문규현 신부와 최완택·이현주 목사, 법륜 스님 등은 부정기적으로 참여하면서 순례단을 뒷바라지했고, 이 밖에 정계·학계·문화계·종교계 인사 2만여명이 순례에 동참했다고 주최 쪽은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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