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방영 중지’ 요구에
방송사는 ‘조기 편성’ 맞불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코드>와 도올 김용옥의 신학논쟁에 이어 이번엔 ‘역사적 예수를 탐험’한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보수 개신교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논란이 된 프로그램은 <에스비에스>의 ‘에스비에스 스페셜’이 대기획으로 마련한 4부작 다큐멘터리 ‘신의 길 인간의 길’이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6월29일 첫 방송에서부터 ‘예수는 신의 아들인가?’란 제목으로 ‘예수가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인가, 아니면 신화 속의 허구적 인물인가’ 등 개신교에서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을 다루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6일 방영된 2부 ‘무함마드, 예수를 만나다’에서 기독교와 이슬람이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거나, 그런데도 기본적인 코란의 내용조차 읽어보지 않은 채 막무가내식으로 이슬람 국가로 선교를 떠나는 한국 개신교의 실태가 노출되는 프로그램이 방영되자 더욱 분개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선교사들의 아프간 인질 사태로 뭇매를 맞았던 상처가 이제 막 가라앉을 시점에 다시 덧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종교의 영역은 사회 다른 영역보다 특수한 면이 있어서 인간의 이성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영적인 영역이 존재한다”며 “귀사의 방송 계획은 종교자유의 본질에 대해 침해하고 있어서 어떠한 경우에도 방영되어서는 안 된다”고 상영 중지를 요청했다.
한기총은 더 나아가 “사전에 이런 우려를 전달했음에도 방송을 강행한다면 방송으로 인한 모든 책임이 일부 제작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귀사와 모 기업 그룹 전체의 경영진에게 있음을 분명히 통지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이를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협박이라고 반발하면서 애초 13일, 14일로 예정돼 있는 3, 4부 편성을 12, 13일 밤 11시20분으로 앞당겨 편성했다.
그러자 한기총은 지난 7일 긴급 회의를 열어 범교단 차원의 대책 조직을 구성하고, ‘기독교 신앙과 진리 수호’를 위한 서명운동을 펼쳐가기로 했다.
한국교회언론회도 <에스비에스>에 공문을 보내 “방송 내용은 기독교에서 하나님으로 믿고 있는 역사적 예수를 신화적 인물로 설정하고 있고, 기독교 6천년 역사를 기원전 8세기에 이란 지역에 있었던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기독교에 관한 모든 신학적이고 역사적인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규명된 것”이라며 방송 중지를 요청했다.
양쪽의 다툼에 대해 누리꾼들의 찬반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개신교인들은 주로 예수의 신성을 무시한 채 인간적 시각으로만 다룬 것을 비판했고, 상당수는 역사적 사실을 은폐하지 않고 진실을 탐구해야 한다고 반론을 펼쳤다.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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