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종교 편향을 규탄하는 법회가 31일 오전 전국 1만여 사찰에서 동시에 열렸다. ‘헌법파괴·종교차별 이명박 정권 규탄 법회’로 이름 붙여진 이날 법회는 각 사찰에서 33번의 범종을 울리는 것으로 시작해, 정부의 종교차별을 비판하는 법문이 이어졌다. 사찰별로 종교차별 관련 사진 및 영상 자료 전시, 자유발언 등도 있었다.
조계종 본산인 서울 조계사에서는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직접 설법에 나서 “(사람이) 평등하면 말이 없기 마련인데, 요즘 자꾸 말이 생기고 있다”며 “가정에 있는 어른이 차별을 두면 가족 모두가 불행해질 수밖에 없으므로 우리 사회와 국가도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관 스님은 이어 “요즘 어떤 곳에서는 이념과 종교가 안 맞으면 일도 안 시킨다고 하는데 얼마나 불행한 것이냐”며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존중해야 갈등이 없어져 친해지고 하나가 될 수 있으며 하나가 되어야 우리 국가도 힘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계사 법회에는 3천여명의 신도들이 참석했다.
앞서 조계사에선 강원도 평창 상원사 주지를 지낸 삼보 스님이 30일 낮 12시40분께 “이명박 정부를 불교 탄압을 중단하라”는 혈서를 쓴 뒤 할복을 시도했다. 삼보 스님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 27일 서울광장에서 범불교도대회를 연 조계종 봉행위원회는 3일 조계종 총무원에서 27개 불교종단 대표를 비롯한 교구본사 주지 등 주요 인사들이 참여하는 대표자회의를 열어 범불교도대회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하기로 했다. 불교계는 정부의 가시적인 조처가 없을 경우 추석 이후 부산을 시작으로 지역별 규탄 법회를 열 계획이다. 경우에 따라선 전국의 스님들이 모이는 승려대회를 여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