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간 대화 외치다 출교…불상에 절했다 재임용 탈락 개신교는 유일신앙으로 배타적 경향성을 애초에 내포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 개신교는 타종교를 인정치 않는 근본주의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세계에서도 첫손에 꼽힌다. 왜일까? 학계에선 100여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온 선교사 대부분이 북미의 보수주의자들이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개신교 선교 초기였던 1919년 3·1운동 때엔 민족대표 33명 가운데 16명이 개신교인이었다. 당시 미국인 선교사들은 현실정치에 참여하지 말고, 다른 종교인들과 함께 하지 말것 등을 요구하며 항일운동을 방해했다.그런데도 개신교 목사들은 천도교, 불교 등 타종교지도자들과 손을 잡고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이런 모습은 초기 개신교지도자들의 상당수가 민족주의적 선각자들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개신교 안에선 지속적으로 보수성이 강화돼 왔다는 게 신학자들의 평가다. 특히 1992년 감신대 변선환 학장에 대한 종교재판은 한국 개신교 보수화의 결정적인 계기였다. 당시 변학장은 ‘예수 천국, 부처 지옥’을 외치는 한 스님 출신 목사에 의해 종교간 갈등이 불거지자 종교간 대화 필요성을 주장하다 ‘기독교 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말이 빌미가 돼 김홍도 목사가 주도가 된 금란교회의 종교재판에서 출교 처분을 당했다. 그 이후 신학교에선 다원주의 신학을 가르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을 정도로 경직화됐다. 개신교 사학인 강남대에서는 이찬수 교수가 불상에 절을 했다는 이유 등으로 재임용에서 탈락하는 등 단죄가 이어졌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불교사학인 동국대에서도 비불자는 교수에 임용하지 않기로 함으로써 종교간 벽은 더욱 더 높아졌다.
배타적 신앙의 표출이 신앙 자체보다는 권력욕과 성장욕에서 비롯됐다는 반성도 나오고 있다. 근본주의적 신앙 행태가 개신교 선교에서도 장기적으로 큰 해악 요인이 되고 있다는 우려들도 나온다. 개신교단체인 토지와자유연구소는 최근 희년소식지에서 “근본주의자들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폭력을 저지르고, 무례를 행하고,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며, 심지어 전쟁까지 정당화한다”고 질타했다.
감신대 기독교통합학문연구소장인 이정배 교수는 “종교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기능이 통합인데, 다종교사회에서 한 종교만이 국가와 사회를 좌지우지하려 할 때 통합은커녕 종교가 분열과 갈등의 최대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종교간대화위원장인 김광준(성공회) 신부는 “이슬람 근본주의가 평화의 위협이듯이 기독교 근본주의도 평화에 큰 위협 요인”이라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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