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불교계 마음 상하게 해 유감”
이명박 대통령은 9일 공직자들의 ‘종교 편향’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대해 불교계는 “성의있는 자세”라고 언급하면서도,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 등 4대 요구조건 관철을 강하게 요구해 추석 이후 지역 범불교대회 개최 여부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일부 공직자가 종교 편향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런 언행이 있어서 불교계가 마음이 상하게 된 것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경찰의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 승용차 검문과 관련해 “경위야 어찌됐든 불교계 수장에게 결례를 해 물의가 빚어진 만큼 경찰청장은 불교 지도자를 찾아 사과하고 앞으로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을 전했으면 좋겠다”며 어 청장의 불교계 방문 사과를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을 계기로 앞으로는 종교 편향 오해가 없도록 인식을 시켜주기 바란다”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종교 편향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적인 추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공무원의 종교 편향활동 금지 조항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을 긴급안건으로 상정해 처리하고, 복무규정에 2항을 신설해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종교에 따른 차별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공무원의 종교 편향 언행은 징계대상이 된다.
그러나 불교계는 △어 청장 파면 △공직자 종교 편향 근절 입법조처 △시국관련 국민 대화합 조처 등 나머지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범불교대책위원장 원학 스님은 이날 서울 조계종 총무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종교 편향 방지를 위한 ‘공무원 복무규정’ 개정과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대해 “이전보다 성의 있는 자세”라고 평가하면서도, “나머지 세 가지 요구 사항도 대통령과 정부가 좀더 성의를 갖고 수용해주길 바라며, 이의 실현을 위해 불교도의 지혜와 원력을 모아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범불교대책위원회는 대구·경북지역 범불교도대회 개최를 논의하기 위해 열기로 한 10일 대구 동화사 모임을 예정대로 열기로 했다. 이 자리에는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과 운산 태고종 총무원장, 정산 천태종 총무원장, 회정 진각종 통리원장 등 불교계 4대 종파 수장이 모두 참석한다.
권태호 기자, 조현 종교전문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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