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에서 문규현 신부가 지쳐 쓰러진 수경 스님의 몸을 풀어준다. 주위에선 “왜 남자들끼리 몸을 더듬느냐”고 농담을 하자 수경 스님은 “(결혼한) 당신들과 다른 나 같은 독신 수행자는 애정결핍이어서 그런다”고 말해 웃음바다를 만든다.
수경 스님은 쓰러지면 문 신부가 업고라도 간다고 했으니깐 걱정 없단다. 문 신부는 “예부터 형이 동생 업어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라며 웃는다.
휴식시간에 문 신부는 마을에서 버려놓은 장난감 자동차를 끌고 와서 수경 스님에게 타란다. 여기에라도 태우고 가야겠다는 것이다. 둘은 영락없이 장난기 어린 형제들의 모습이다. 2003년 새만금 개발을 막기 위한 ‘삼보일배’를 할 때부터 함께 하며 의기투합해온 이들을 보는 지인들은 아마 형제도 저렇지는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둘 다 어린 시절 각기 다른 종교에 출가해 40여년을 보냈는데 어쩌면 이렇게 격의 없이 어울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둘은 비빔밥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문 신부는 어느 누구보다 가톨릭 수도자로서 삶을 한순간도 놓지 않고, 수경 스님 또한 불교 수행자로서 철저하다.
우리가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할 때 동포형제들이라도 가슴에 총구를 겨누게 되지만, 우리가 서로 존중할 때 타종교인끼리도 형제보다 진한 우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는 순례길이다.
글·사진 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