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문제 금기시 깨고
교회 차원 대책 모색
“‘순교적 각오’ 등 표현생명경시 자세 만들어”
한 해에 1만2174명, 하루 평균 33명.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단연 자살률 1위다.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사망자들의 사망원인을 보면 암,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에 이어 자살이 4위다.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더구나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1997년 14.1명이던 것이 2002년 19.1명, 2005년 26.1명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진실, 안재환, 이은주, 유니, 정다빈 등 유명 연예인들의 잇따른 죽음이 가져온 충격파가 크다. 더구나 이들 연예인들은 하나같이 크리스천들이어서 개신교계 차원에서도 자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개신교 교회들은 그동안 자살자에 대해선 교회에서 장례식을 치르는 것도 꺼리고, 자살에 대해 얘기를 꺼내는 자체를 터부시해왔으나 최근 잇단 자살을 접하면서 교회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조성되고 있다.
조성돈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과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종교사회학 교수는 공동으로 교회 차원의 자각을 모색하기 위해 <그들의 자살, 그리고 우리>(예영커뮤니케이션)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엔 지난해 5월 20살 이상 개신교인 513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설문조사 결과가 실려 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들의 19.2%가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22.2%로 여성의 17%보다 많았다. 이는 실제 자살률의 경향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04년 기준으로 실제 자살률을 보더라도 남자가 여자보다 1.7배나 많다. 더구나 40대에선 남자가 35.9명으로 여자 16.2명에 비해 2.2배가 많고, 50대에선 남자가 47.4명으로 여자의 14.7명보다 3.2배 가량 많다. 이는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남자들이 수직화한 직장생활이나 가정 문화 속에서 더 많은 책임과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또 설문조사에선 개인교인들 중 14.5%가 자살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자살을 계획한 이유로 ‘외로움과 고독’이 34.1%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가정불화(24.6%), 경제문제(19.2%), 질환과 장애(15.1%), 직장문제(7.1%) 순이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삶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버린 경제 중심의 사고가 절대적 가치인 생명 자체도 상대적으로 버렸는데 교회의 강단 역시 이런 가치관에서 멀리 있지 못하고 목적 중심의 사고들이 성도들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또 “‘순교적 각오’나 ‘죽을 각오’를 가지고 하겠다는 표현들은 결국 성도들에게 생명 문제에 대해 가벼운 자세를 만들기 때문에 피해야 하고, 한 생명, 한 생명을 살리겠다는 의식을 갖도록 하고 건강한 자의식과 바른 세계관을 강화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간을 기념해 오는 11월6일 오후 7시 서울 신촌 연세의료원세브란스병원 예배실에선 세미나가 이어진다.
세미나에선 국립서울병원 남윤영 박사가 ‘우울증과 기독교인의 자살’을, 한국상담치료연구소 소장인 김충렬 한일장신대 겸임교수가 ‘기독교인의 자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정재영 교수가 ‘한국사회 자살의 경향과 교회’를, 조성돈 소장이 ‘자살에 대한 교회의 대책’을 각각 발표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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