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에 조계사가 있다면 강남엔 봉은사가 있다. 서울 강남 삼성동의 1200년 고찰 봉은사는 불자들뿐 아니라 코엑스몰과 인터컨티넨탈호텔 등 국제 전시장과 회의장, 호텔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최고의 명소로 꼽히고 있다. 하루 평균 사찰 방문자가 1만명이다. 조계종 전체 템플스테이 연간 외국인 참가자 8만명 가운데 1만명이 봉은사를 찾았을 만큼 외국인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그러나 밀려드는 차량으로 말미암아 사찰이 온통 주차장이 돼 버렸고, 건축물도 정비돼 있지 않아 전통사찰의 맛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봉은사 땅 30여만평이 강남 개발 때 포함되는 바람에 사찰이 2만여평으로 줄어든데다, 도시공원으로 묶인 이후 새로운 건축물도 지을 수 없게 돼 불법 건축물까지 들어서 있다.
이에 따라 2년 전 명진 스님이 주지로 부임한 이후 가람 재정비를 준비해온 봉은사는 봉은사 정비안을 마련했다. 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 김용미 대표가 준비한 사업계획안은 하루 1천여대의 차량으로 몸살을 앓는 앞마당의 지하에 주차장과 지하대법당을 비롯한 현대적 기능 공간을 넣고, 지상은 신자들과 시민들이 휴식과 성찰을 할 수 있는 공원 공간으로 꾸민다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또 사찰로 들어서는 곳에 물길, 연지, 조경을 설치하고 주진입로는 시냇물 위의 돌다리를 건너도록 해 고즈넉한 산사에 접어드는 느낌을 살리기로 했다. 또 사찰의 건물들을 요소요소에 배치하고, 봉은사 뒤쪽 경기고와의 사이에 있는 숲엔 마음을 쉬어가는 명상길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황찬익 종무소장은 “봉은사를 서울시 강남구와 함께 시민들이 함께 휴식할 수 있는 공원처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