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헌정 목사 설교집
예언자로 현실 통찰
서울 을지로 1가 향린교회는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1번지였다. 진보교회의 대명사인 향린교회 담임 조헌정 목사가 예언자 없는 시대에 예언자가 되어 사자후를 토했다. 그가 8개월에 걸쳐 한 설교가 <양심을 습격한 사람들>(한울 펴냄)이란 책으로 나왔다. 이 책에 담긴 설교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더욱더 철저하고, 비판적이었던 아모스, 호세아, 이사야, 예레미야, 미가 등 이스라엘 예언자들을 통해 현실을 통찰하게 하는 ‘예언자 시리즈’다.
조 목사는 미국 메릴랜드의 벨츠빌한인교회와 미국 장로교 최초의 한미연합교회인 벨츠빌장로교회의 담임목사를 16년간 지내고, 동양인 목사로는 최초로 미국장로교의수도노회 노회장을 지낸 대표적인 재미 목사였다. 그런 그가 탄탄대로인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2003년 가족도 뒤로한 채 홀로 귀국해 향린교회를 맡은 것에서도 그의 예언자적 면모를 읽을 수 있다.
기독교를 기독교답게 하는 게 있다면 바로 예언자적 전통이라는 게 조 목사의 생각이다. 제사 혹은 예배라는 형식을 통해 찬양과 기도를 올리고 개인적인 위로와 축복을 비는 제사장적 전통은 어느 종교에나 다 있지만 민족 전체를 향한 회개와 촉구와 사회정의에 대한 말을 전하며 국가권력과 박제화한 종교 권력을 비판하고 저항하는 예언자적 전통은 다른 종교에선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수의 생애를 기록한 복음서를 읽어보면 예루살렘의 종교집단을 대표하는 바리사이파와 율법학자들을 비판하고 로마의 유대 총독 빌라도와 헤롯 왕에게 저항하는 예언자적 면모가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조 목사가 지금 ‘예언자’를 들고 나온 것은 현재 한국 교회에서 가장 소홀히 다루어지는 부분이 예언자들의 말씀과 성전을 허물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예언자적 말씀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해방과 한국전쟁, 독재와 민주화시대를 거치며 예언자적 외침은 교회 안에서 끊어지지 않았고, 1980~90년대 교회의 성장도 독재권력에 저항한 예언자적 외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는데, 이제 교회는 비대해진 몸을 지켜나가기 위해 예언자적 전통을 저버리고 신도들을 교회 틀 안에 가두고 오직 개인 축복에만 관심을 갖도록 하는 제사장적 전통만을 고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 목사는 이를 교회 부패이고 교회 몰락의 징조로 보고 있다.
조 목사의 설교는 ‘예루살렘에서 바르게 살며 신용을 지키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예레미야의 목소리를 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예언자는 지금 여기에서 살아난다. 그는 “법과 권력은 본래 힘없는 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작되었지만 오늘의 법과 권력은 부자와 권력가들의 편에 서 있고, 정부의 기본적인 일은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고 생존권을 빼앗긴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이는 모두 뒷전으로 내팽개치고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 주식회사, 아니 대한 재벌회사로 간판을 바꿔 달고 노동자와 중소기업은 안중에 없이 돈만 벌겠다고 달려들고, 대통령 주위의 장차관과 보좌관들의 면면 또한 부동산 투기로 재산을 모은 소유자들이 아니냐”고 질타한다.
이 책에 대해 한완상 박사는 “귀 있는 자는 이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고, 박영숙 여성재단 이사장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고 했다.
조현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