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어제 용인묘역 안장
고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이 선종 닷새째인 20일 장례 미사를 마지막으로 세상 사람들과 영원한 작별을 하고 하늘로 돌아갔다.
서울 명동성당에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특사로 임명된 정진석 추기경의 집전으로 한승수 국무총리와 주한 외교사절 등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40여분 동안 장례 미사가 진행됐다. 장례 미사를 보기 위해 성당 주변엔 신자와 시민 1만여명이 몰려들었으며, 전국 300만여가구(시청률 19.2%)가 텔레비전을 통해 그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고인의 삼나무관은 마지막까지 사제로서의 직무를 수행한다는 의미로 신자 쪽을 향해 놓였다. 정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김 추기경은 우리 사회의 큰어른으로서 빛과 희망이 되었고,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모든 한국인의 ‘사랑과 평화의 사도’였다”고 애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승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고별사에서 “하느님은 우리에게서 소중한 분을 데려가시면서 우리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변화할 기회를 주셨다”고 말했다. 사제단 대표로 나선 전 가톨릭대 총장 최승룡 신부는 예수의 오병이어 기적을 언급하며 “추기경님의 각막 기증으로 각막 이식 대기자가 빛을 보려면 5년9개월이 걸리는 시간이 1년 혹은 6개월로 단축되는 기적이 열릴 것”이라고 추모했다.
미사가 끝난 뒤 고인은 경기도 용인 가톨릭 성직자 묘역으로 운구돼 노기남 대주교 묘소 옆에 안장됐다. 일부 시민들은 운구 행렬을 향해 그의 평소 메시지 ‘사랑합니다’를 연호했다.
묘비에는 그의 사목 표어와 스스로 묘비명으로 택했던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라는 글귀가 새겨졌다.
김 추기경의 장례기간에 약 40만명이 명동성당을 찾아 고인을 추모했고, 그의 각막 기증 소식이 전해진 직후 하루 평균 25명이던 온라인 장기기증 등록자가 19일 740명으로 늘어나는 등 그의 마지막 나눔이 생명과 사랑의 빛으로 퍼져가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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