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장례’ 소회 밝힌 정진석 추기경
선종 1년전부터 묵상 모습 감동“국민 관심과 배려에 깊이 감사”
“큰형님처럼 의지한 분이 떠나니 허전하기 그지없어요.”
6일 서울 명동성당 서울대교구장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정진석(78·사진) 추기경은 선배인 김수환 추기경을 보낸 소회를 밝히며 “큰일이 있어서 찾아가면 한마디씩 힌트를 줘서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됐는데, 이제 누구한테 훈수를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수환 추기경에게 1998년 서울대교구장직을 물려받고, 김 추기경의 각별한 지원 아래 2006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추기경에 올랐던 정 추기경은 “제가 부족해 김 추기경님을 ‘상왕’처럼 모시려고 했지만, 김 추기경님은 저를 존중해주고 가급적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고 ‘다 알아서 하시지’ 하면서도 조금씩 힌트를 주곤 했다”고 덧붙였다.
정 추기경은 김 추기경이 직접 그린 <바보야>라는 자화상 그림과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글이 적힌 스티커를 나눠주면서 “김 추기경님이 선종하기 1년 전 몸이 불편해지면서부터 ‘바보야’를 깊이 묵상하는 것을 보고 ‘한 경지에 오르셨구나’라고 느꼈는데, 이 과정은 ‘찬란한 황혼’이라기보다는 ‘장렬한 낙조’와 같았다”고 밝혔다.
정 추기경은 또 “교황께서 김 추기경 선종 당일 위로 전문을 보내주고, 곧바로 교황청 주보 1면에 김 추기경 선종 소식을 다루고, 특사를 보내는 것보다 더 격이 높게 교황이 직접 온 것처럼 교황의 이름으로 장례를 하도록 했다”며 김 추기경에 대한 로마 교황청의 배려를 강조했다.
정 추기경은 김 추기경 장례에서 보여준 국민적 관심에 대해 감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우리나라는 가톨릭 국가가 아니고 다종교가 평화스럽게 공존하는 나라인데 김 추기경님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로 인해 다른 종교인들에게 폐를 끼쳤다면 용서해 달라”면서 “이번 장례 기간에 보여준 관심과 배려에 보답하려 앞으로 국민을 위해서 일을 많이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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