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194개국에 선교사를 파견하고, 1976년 워싱턴 모뉴먼트에서 30만명이 모인 집회를 이끌어 그 해 <뉴스위크>가 뽑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사람, 미국 <유피아이>(UPI)통신과 <워싱턴 타임스> 소유주로서 한국인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사람, 하지만 엄청난 부를 쌓은 종교 지도자로 눈총을 받고, 기독교계 본류에서 이단으로 취급받는 인물. 바로 통일교 교주 ‘문선명’이다.
국내 최대 출판사 중 하나인 김영사가 10일 이 ‘문제적 인물’의 자서전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으로>를 출간했다. 실제로 그는 책의 서문에서 자신을 “이름 석 자만 말해도 세상이 와글와글 시끄러워지는 세상의 문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 자서전은 34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2004년부터 한국에 정착한 문선명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가 자신의 전 생애를 돌아보며 직접 구술한 최초의 책이다.
기독교계의 반발이 예상됨에도 문 총재의 책을 내는 ‘모험’을 감행한 김영사 박은주 사장은 “아직 직접 문 총재를 만나본 적은 없지만, 미국에 머물던 시절 미국 매스컴에 한국인으로서 가장 많이 등장하고, 그것도 상당히 우호적인 시각으로 다뤄지는 것을 보고 관심을 기울였다”며 “수많은 고통을 겪으며 한국인으로 가장 전세계적으로 활동해온 문 총재는 꼭 다뤄보고 싶었기에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출간을 결행했다”고 밝혔다.
이 책엔 ‘용명’으로 불렸던 문총재의 어린 시절 모습부터 상세히 그려져 있다. 1920년 평안도 정주에서 13형제 중 차남으로 태어난 그는 눈이 작아 ‘쪼금눈이’로 불리고, 한번 울기 시작하면 하루종일 울어서 ‘하루울이’로 불리는 고집불통이었다고 한다. 그는 일본 유학을 마치고 1946년 평양에서 교회를 시작했는데, 기성 교회에 다니던 장로와 신자들이 그의 교회로 몰려들어 기성 교회의 반발이 거세지자 주무대를 미국으로 옮겨 도덕과 참가정의 회복을 주창해 큰 반향을 얻는다. 1948년엔 공산당에 의해 흥남감옥에서 2년8개월 투옥생활을 하던 중 6·25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구사일생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또 1990년 모스크바에서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만난 일화, 그를 수행하던 박보희씨를 통해 1991년 평양으로 가 북한의 김일성 주석을 만나게 된 경위와 면담 장면 등도 상세히 소개돼 있다.
최근 구순을 맞은 문 총재는 이 책에서 자신에 대한 세인들의 눈초리를 의식한 듯 “욕을 먹으면 오래 산다고 하는데 욕먹은 만큼 다 살려면 아직도 백 년은 더 살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은 이념과 종교 때문에 서로를 미워하고 원수로 여기는 나라 사이에 평화의 다리를 놓는 데 일평생을 바쳤다고 주장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