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지 연재 글 묶어 책 내
“성철 스님은 책벌레” 눈길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선지식 스님 여덟 분이 깊숙한 절집 내부에서만 회자되던 수행보따리를 풀어냈다. <선지식에게 길을 묻다>(은행나무 펴냄)에서다. 이 책은 조계종 중앙신도회 부설 불교인재원이 주관하는 간화선입문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조계종 총무원 박희승 기획차장이 5년 전 월간 <법회와 설법>에 연재된 것을 모은 것이다.
<법회와 설법>이 주로 스님들이 설법할 때 쓰는 자료용으로 쓰이는 ‘승가 내부용’인 만큼 인터뷰에 응한 진제·혜정·고우·우룡·무비·근일·무여·혜국 스님 등도 간화선에 발심한 저자의 간절한 물음에 허심탄회하고 진솔하게 답하고 있다.
이 책을 연 부산 해운정사 조실 진제 스님은 자신의 법사인 향곡 스님을 비롯한 전강 스님, 성철 스님 등 당대의 선지식들과 선문답한 내용을 공개했다. 또 근대의 선지식들이 보조국사의 ‘돈오점수’(깨달은 뒤 점차 닦음)를 비판한 것과 관련해 우룡 스님은 “경허 스님이 보조국사가 못 깨친 어른이라고 평했다가 몇년 뒤 잘못을 깨닫고 송광사 조사당에 가서 일주일간 참회기도를 했다”는 일화를 소개한다. 또 무비 스님은 선승들에게 책을 보지 말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던 성철 스님이 개인도서관을 두고, 유명한 과학보고서와 현대물리학이나 심리학 책을 제일 먼저 보았고, 좌선한 시간보다 책 보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는 비밀 아닌 비밀을 발설하기도 했다.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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