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생명, 평화의 길’ 순례단 서울 도심 오체투지
명동성당~시청~조계사 시민 등 2천여 명 ‘1배1배’
눈물이었다. 용산에서 참사당한 영혼들과 5월의 영령들, 그리고 부끄러운 이들의 참회가 버무려진 눈물이 아스팔트 위를 뒹굴었다. 그 위로 2천여명의 순례객들이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외치는 오체투지순례단이 21일 명동성당을 지나 서울시청 앞 광장에 도착했다. 지난 3월28일
계룡산을 출발한지 53일만이었다. 작열하는 태양과 달구어진 아스팔트 위에 엎드려 자벌레처럼 기어온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과 전종훈 신부는 마치 아프리카 원주민처럼 새까맣게 탔다.
민초들의 답답함을 안고 그 먼길을 기어오느라 달구어진 그들의 열을 식혀주려는 것인지 몰랐다. 이날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오후 2시 서울 시청앞에서 ‘서울시민과 함께하는 오체투지’에 나선 이들은 우비를 입고 함께 아스팔트에 엎드렸다.
시청 앞에서부터 인도로 가라며 이들의 길을 막던 경찰들도 옹고집인 스님과 신부의 뜻을 꺾지 못했다. 이날 행진엔 실천불교승가회 대표 법안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과 중앙승가대 학생들, 그리고 정토회 행자 수백명이 함께했다. 최문순 의원도 우비를 입고 아스팔트에 엎드렸다.
오체투지순례단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마당에서 시국법회를 열었다. 조계종 전 교육원장인 청화 스님은 법문을 통해 “이들은 입이 아니라 온몸을 던져 숲과 강이 왜 돈이 돼야 하고, 숲에서 새소리가 사라지고 강에는 물고기가 사라지느냐고 묻고 있다”며 “이들은 사람과 생명, 평화의 길을 걸어 그 해답을 찾고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가을 지리산에서 계룡산 신원사까지 이르렀다 지난 3월28일 순례를 재개한 이들은 하루 약 4km씩 전진, 지난 16일 경기 과천에 이르렀고 17일부터는 서울 구간의 순례를 시작해 사당동과 동작대교-용산-명동성당을 거쳤다.
이들은 25일 서울을 벗어나 6월6일 임진각 망배단에 도착할 계획이며 이어 북한으로 옮겨 묘향산까지 순례하고자 북한 당국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연합뉴스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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