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교 고승 ‘라마 예시’ 책 내
“‘나는 종교인이니까 마음대로 즐기면 안돼.’ 그들은 쾌락을 너무 의심하게 되었기 때문에 자신들이 불행하게 사는 것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약간의 쾌락이라도 경험하게 되면 거북하게 느낀다. 그들은 초콜릿 한 조각을 먹을 때도 자신이 사악하고 탐욕스럽다는 생각을 피할 수 없다. 그런 경험들을 단지 그대로 받아들이기는커녕 죄의식과 자책으로 자신들을 옭아맨다. 그러나 그런 마음가짐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쾌락에 대해서 죄의식을 느낄 이유가 전혀 없다.”
마치 쾌락주의자 같은 이 발언의 당사자는 누구일까. 라마 예시(1935~84)다. 불과 49살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전세계에 120여개의 티베트 명상센터를 세웠으며, 티베트인들이 달라이라마와 함께 가장 존경하는 밀교 수행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의 책 <딴뜨라 입문>이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욕망을 승화시키는 수행’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종교인들이 죄악시하는 욕망을 어떻게 해탈의 에너지로 승화시킬지를 제시해주고 있다. 라마 예시는 죄의식이나 불행감은 더 큰 불행을 가져올 뿐이라고 경고한다. 쾌락을 멀리하기보다는 마음껏 즐기고 그 즐거움의 에너지를 깨달음을 얻는 신속하고 강력한 수행의 방향으로 돌리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쾌락이나 욕망을 죄악시하기보다는 왜 일시적인 쾌락에도 불구하고 불만이 계속되고 더욱더 욕망에 집착하게 되는지 그 본질을 꿰뚫도록 이끈다. 또 라마 예시의 가르침은 쾌락에서 쾌락으로, 불만에서 불만으로 메뚜기처럼 뛰어다니는 욕망의 에너지가 탄트라의 연금술을 통해 초월적인 통찰과 희열의 체험으로 이어진다면 하위의 쾌락에 대한 집착은 점차 사라진다는 믿음에 따른 것이다.
라마 예시는 “우리의 생각과 욕망을 억누르는 것은 끓고 있는 물을 주전자 뚜껑으로 눌러서 끓어오르지 못하게 하려는 것과 같다”며 “제일 현명한 방법은 그 생각들을 관찰하도록 훈련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하면 그 생각들의 충동적인 에너지를 빼앗기 때문에 마침내 고요함과 청정함이 우세해진다는 것이다. 주민황 옮김.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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