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세입자 등 사회적 약자 잇단 만남 눈길
김수환 추기경 선종 뒤 한국 가톨릭의 최고 지도자인 정진석 추기경이 최근 사회적 약자들과 잇따라 만나 관심을 끌고 있다.
정 추기경은 지난 3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만나 평택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지금 상황에서 공권력이 투입되면 많은 인명이 희생된 과거의 참극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며 “불상사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정 추기경은 지난달 30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 주교관에서 쌍용차 노조원 가족 10명을 만났다. 정 추기경은 이 자리에서 “모든 문제를 힘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해결이 아니라 불의의 악순환을 가져온다”며 “모든 문제 해결에는 인내로운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며 어떤 문제라도 서로 함께 해결 방법을 찾으면 꼭 길이 있을 것”이라고 노조원 가족들을 위로했다. 가톨릭 안팎에선 원론적인 쪽이긴 하지만 보수색 짙은 정 추기경이 노조원들과 만남을 가진 것 자체를 일정 부분 평가하고 있다.
정 추기경은 지난달 19일엔 재개발 사업으로 철거 위기에 놓인 서울 가좌동성당을 방문해 미사를 집전하고 재개발 과정에서 세입자와 서민의 처지를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제들의 상당수가 용산참사 현장에서 유족들을 위로하며 농성하고 있는 와중에 나온 정 추기경의 발언은 간접 응원 성격이 짙다.
한 사제는 “김수환 추기경의 경우 개인적인 보수성향과 상관없이 사회적 약자들의 부름에 응답했기에 김 추기경 사후 그런 배려에 목말라하는 갈증이 많았다”며 “정 추기경의 최근 행보들이 사회적 약자들의 편이 되어 달라는 요청에 부응하는 신호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현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