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신임 총무원장 자승 스님 첫 기자간담회
조계종 새 총무원장 자승(사진) 스님이 조계사 마당의 부처상 앞에 섰다. 구김살 없이 활짝 웃는 상과 닮은 꼴이다. 불교계는 이명박 정부 들어 종교 편향이 본격화했다며 늘 울상이었다. 과연 자승 스님은 앞으로 4년간 불교계의 울상을 웃음으로 바꿔줄 수 있을까.
일단 자승 스님의 객관적인 조건은 여러모로 좋다. 우선 젊다. 전임 총무원장 지관(77) 스님보다 스무살이나 어리다. 그에겐 젊음에 걸맞는 더욱 더 강한 패기와 개혁이 기대되고 있다. 더구나 그는 정치권만큼이나 치열한 총무원장 선거판에서 만장일치나 다름 없이 추대받았다. 계파 안배에 주력한 새 집행부 인선에서 보이듯, 각 계파의 눈치를 봐야 할 수도 있겠으나, 반대로 마음껏 소신을 펼칠 수도 있는 조건이다.
취임 이후 25일만인 30일,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난 자승 스님은 “소통과 화합을 통한 불교 중흥의 기치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총무원의 입법부격인 종회 의장으로서 각 계파를 모두 자기편으로 끌어들일만큼 화합력 또는 정치력을 갖춘 그다운 정치적 언사다. 불편한 관계였던 대정부 관계에서도 ‘정치적 유연성’을 보였다. ‘종교편향은 정부 차원이 아니라 특정한 신앙을 가진 공무원 개인 차원’이라며 관계 개선 여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소신 행보도 보였다. 그가 주위의 만류를 뿌리친 채 총무원장 당선 이후 첫 공식 일정으로 ‘용산참사 현장’을 택한 점이다. 그는 “용산참사 현장은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곳”이라며 영가와 유족들을 위로했다. 앞으로도 “‘용산’ 문제의 해결점을 찾아나서겠다”고 했다. 천주교사회복지시설인 요셉의원과 노숙인쉼터인 보현의집도 찾은 그는 “불교계가 국민들의 필요에 부응하도록 거듭나겠다”고도 했다. 그는 최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설문조사에서 불교-개신교-천주교 등 주요 3대 종교 가운데 국민의 신뢰도에서 불교계가 꼴찌라는 결과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그는 총무원장실이 있는 청사 4층에서 지하 2층 식당까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굳이 걸어다닌다. 전 총무원장 정대 스님(1937~2003)의 유산으로 만든 은정불교문화진흥원 이사장과 젊은 종회의장으로서 ‘귀족적’인 이미지와 달리 불자들의 재산을 한 푼도 허비하지 않고 제대로 쓰겠다는 의지를 그렇게 표현하는 셈이다.
취임 한달은 4년 임기의 새 총무원장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데는 짧은 시간이다. 아직은 그만의 색깔과 비전을 뚜렷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그가 어떤 불교상을 빚을지 더욱 주목되고 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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