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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1천년 한국밀교 자비심 네팔에 회향

등록 2009-12-08 19:13

네팔 불교 ‘새바람’ 일으키는 진각종

나레시만 박사 후원 인연 맺어 ‘엔지오 활동’

빈민 건강검진센터·국립대 불교학과 등 설립

‘카트만두에서 그가 열반에 들기 며칠 전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고, 실내에선 무지개가 걸렸다. 그는 탄트라(밀교) 의식을 통해 금강좌로 앉은 채 승천하는 상태를 보여주었다. 사후에 그의 유해는 인근 계곡 화장터로 옮겨져 화장되었는데, 모든 계곡들이 찬란한 빛들에 싸이고, 하늘엔 무지개가 뜨고, 유해에선 백단향 같은 향기가 퍼져 나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서 카운티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바나라트나 비명서에 기록된 내용이다. 네팔 밀교의 마지막 전승자인 바나라트나(1384~1468)에 대한 비문 기록은 밀교에 대한 환희심을 불러일으킨다.

어디서나 히말라야의 설산을 쉽게 볼 수 있는 네팔에선 그 신비한 봉우리들만큼이나 드높은 영성을 드러냈던 바나라트나 같은 고승들이 즐비했다. 아티샤, 나가르주나, 산타락시타, 파드마삼바바, 밀라레파, 마르파…. 하나같이 지고의 깨달음을 드러낸 밀교의 빛나는 별들이다.

석가모니의 탄생지인 룸비니가 있으며 인도에서 티베트로 건너가는 가교이자 ‘티베트불교의 아버지’ 파드마삼바바를 비롯한 수많은 고승들의 수행처가 있는 곳이 네팔이다.

하지만 점차 그런 빛은 찾아볼 길이 없어졌다. 물론 세계문화유산인 박타푸르와 파탄의 사원들의 위용은 여전하다. 그러나 근대 들어 인도에서 들어온 힌두교에 밀려 독신승가제도가 붕괴되고 정식 승려가 사라지고 빛나던 수행의 전통도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정부와 모택동주의자들의 내전 속에 시달리며 매캐한 매연 속에 있는 카트만두로만 모여드는 네팔인들의 모습에선 티베트에 밀교를 전해주고, 인류의 영혼을 이끌던 스승들의 자취를 찾아보긴 어렵다.

그런 네팔에 불교의 새로운 기운이 싹트고 있다. 1999년 이후다. 소수의 불자들이 나서서 카트만두의 번화가에 무료건강검진센터를 만들어 병들어도 병원이나 약국에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빈민과 서민들을 치료해주기 시작했다. 또 가난한 이들에게 헌옷과 음식을 나누는 캠페인을 벌이는가 하면 방과후에 갈 곳이 없고 더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무료 과외모임을 만들어 영어, 과학, 수학을 가르쳤다. 매주 토요일이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옴마니밧메훔 진언을 염송해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명상 프로그램도 꾸렸다.

네팔불교협회를 만든 불교의 새로운 바람은 마침내 네팔 최고대학인 국립 트리부반대학교에 불교학과 설립으로 이어졌다. 신자가 더 많은 힌두교학과가 없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립대의 불교학과 설립은 파격이었다.

네팔 사회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 불자들의 뒤에는 한국의 진각종이 있다. 진각종은 회당 손규상(1902~63) 대종사에 의해 창종된 밀교 종단으로, 모든 불보살들의 본심 진언인 ‘옴마니밧메훔’ 염송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수행을 한다. 현재 조계종-태고종-천태종에 이은 불교 4대종단의 하나다.

트리부반 국립대 불교학과의 설립 주역인 나레시만박사는 진각종이 카트만두에 설립한 엔지오인 제이지오(JGO) 이사장이다.

진각종과 네팔불교의 만남은 인도 델리대 불교학과에서였다. 1990년대 델리대에 유학한 진각종 무애정사(정사는 진각종 성직자의 명칭)는 네팔의 가난한 고학생 나레시만과 만났다. 네팔의 경제 여건상 학업을 계속하기 어려웠던 나레시만의 처지를 고국의 동료들에게 알리자 진각종의 정사들은 매달 1만원씩을 모아 나레시만에게 보내 그를 불교학 박사로 키워냈다. 공부를 마치고 카트만두로 돌아간 나레시만은 1999년 제이지오를 설립해 진각종과 함께 고통받는 네팔의 중생들을 위한 자비에 나섰고, 국립대에 불교학과를 설립했다.

진각종은 나레시만의 제자인 라빈을 종립대인 경주 위덕대에서 박사로 길러냈고, 최근 귀국한 라빈은 나레시만에 이어 네팔 제이지오의 자비 운동 확대에 열정을 쏟고 있다. 최근엔 네팔인들의 의료지원을 늘리기 위해 카트만두에서 15㎞ 떨어진 파르핑지역에 617평의 터도 마련했다.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5일까지 네팔과 인도 불교 성지순례에 나선 진각종 혜정 통리원장을 비롯한 60여명의 정사 및 신자들은 진각종이 뿌린 조그만 씨앗이 네팔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는 현장을 보며 환희를 만끽했다. 지난달 24일엔 트리부반대학교에서 회당학교(학회장·효운 정사)와 네팔불교협회 주최의 ‘한국·네팔 불교 학술대회’가 열렸다.

혜정 통리원장은 “옴마니밧메훔 수행은 우리의 마음속에 늘 부처님을 모시고 살아가며 삶 속에서 불심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며 “인도, 네팔, 중국을 통해 1000여년 전 한국에 온 밀교를 배운 우리들이 네팔에 자비 보살 정신을 되살려주어 네팔이 좀더 나은 사회가 되어가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뿌린 씨앗이 열매를 맺으며 네팔인들에게 설산의 뭇 고승들과 함께 회당대종사도 기억되기 시작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사진 진각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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