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종교자유 소송 도맡기도
요즘 불교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서울 중구 장충동2가 우리함께빌딩에 있는 참여불교재가연대(재가연대)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외압발언이 사실임을 확인해준 김영국 조계종 총무원 대외협력위원이 총무원과 봉은사 대신 기자회견 장소로 선택한 곳도 이곳이고, 최근 강의석씨가 대광고와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학교종교자유 침해 손해배상 소송’을 도맡다시피 해 ‘종교 강요는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낸 곳도 이곳 재가연대 산하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은 재가연대 창립의 주역인 박광서 서강대 교수가 2006년 재가연대 상임대표 자리를 법무법인 바른의 대표인 김동건 변호사에게 넘겨준 뒤 원장을 맡아 학교 내 종교자유와 종교인권 회복을 위해 앞장서며 강의석씨 사건을 주도해 공익소송의 쾌거를 이뤄냈다.
요즘 불교계의 최대 이슈인 ‘봉은사 사태’에서도 재가연대는 저울추 구실을 해내고 있다. 정웅기 재가연대 사무총장은 불교단체 12개 연합체의 대변인을 맡아 ‘봉은사 토론회’를 통해 불교계의 위기를 화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토론회가 결정된 뒤에도 합의를 어기고 일요법회에서 자승 원장 쪽을 비난하고 이런 내용을 봉은사 월간지 <판전>에 실은 데 대해 명진 스님에게 경고장을 보내고, <판전>을 전량 회수 폐기토록 하는 한편 자승 원장 쪽에 대해선 총무원이 토론회를 거부하면 불교단체와 봉은사만이라도 토론회를 열겠다고 압박해 애초 성사되기가 쉽지 않으리라던 ‘봉은사 문제 토론회’를 관철시키는 내공을 발휘했다.
재가연대는 승가단체가 아닌 순수 재가단체라는 점에서 세계 불교계에서도 가장 선구적인 단체로 손꼽힌다. 말로는 사부대중 공동체라며 승가와 재가가 함께 불교계를 이끈다고 하지만 어느 종교보다도 승복 자체가 절대권력이자 재가자들에 대해선 같은 불자들조차 박대해온 한국 불교 현실을 뚫고 자생에 성공했다. 박 교수와 이혜숙, 윤천수 공동대표 등 초기멤버들이 사비를 털어 엔지오로선 드물게 6층 빌딩을 마련하고, 김희욱, 이영철, 민정희, 정웅기, 윤남진, 강성식, 손상훈, 이수연, 한기남, 배병태, 박수영, 김인회씨 등 실무자들이 몸을 바친 덕이었다.
재가연대는 계파간 종권다툼과 사찰 뺏기와 비리가 터질 때마다 ‘제 논에 물대기’식의 아전인수만이 팽배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마는 승가계 풍토에서 교단자정센터를 출범시켜 계파를 초월해 냉철한 잣대로 승가 비리를 감시하며 가늠자 구실을 해내기도 했다. 이제 불교계에서 일이 터지면 재가연대를 바라보는 불자들의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조현 기자, 사진 참여불교재가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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