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화쟁위원장에 선출된 도법 스님
종단문제 풀어온 대화론자“봉은사·4대강 해결점 모색”
인드라망생명공동체 대표 도법 스님(61·사진)이 또 한번 조계종단의 위기 해결사로 나섰다. 도법 스님은 최근 종단 내홍의 핵심인 봉은사 사태와 4대강 사업 문제를 우선 해결하기 위해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9일 전격 발족시킨 화쟁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부위원장은 원택 스님(녹색연합 공동대표)과 성태용 교수(‘우리는 선우’ 대표)가, 실무위원장은 법안 스님(실천불교전국승가회 전 대표)이 맡는 등 중진 스님, 불교단체 대표, 원로 불자 등 14명이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화쟁위는 ‘모든 대립적인 이론들을 조화시키라’는 통일신라시대 원효 스님의 화쟁이론에서 이름을 따왔다. 지리산 실상사에서 수행에 몰두해온 도법 스님은 그동안 종단 갈등 때마다 중재에 나서 안팎의 존경을 받아왔다.
이날 서울 종로구 견지동 총무원에서 만난 도법 스님은 “종단의 희망이 밝지만 않다는 생각에 오랫동안 종단 문제를 소 닭 보듯 해왔는데, 화쟁위는 싸움을 말리는 일을 하기에 희망을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도법 스님은 물론이고 원택 스님 등 화쟁위원들도 이야기로 풀지 못할 문제가 없다는 불교계의 대표적인 대화론자들이다. 내홍의 먹구름이 단번에 걷힐 듯한 기류가 흐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도법 스님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봉은사 문제는 봉은사의 총무원 직영을 두고 양쪽이 심각하게 충돌하고 있다. 직영사찰로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면 장단점이 나올 것이고, 이를 토대로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살려내는 쪽으로 논의를 모아가다 보면 양쪽이 만족하지 않더라도 객관적인 제3자는 ‘그 정도면 수용할 수 있겠다’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도법 스님은 일단 직영과 인사 등 종단 내 권한을 쥔 자승 총무원장이 이를 대폭 양보하고 화쟁의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나선 것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그는 “원로회의와 본사 주지모임을 비롯한 모든 종단 내 모임에서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데도 총무원장 스님이 대단한 인내력으로 시민사회의 충고에 귀를 열고 대화에 나선 것은 크게 평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불교단체들이 총무원, 봉은사와 함께 연 토론회에서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한국 불교의 발전을 위해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바람직한 결론이 나온다면 직영 여부나 주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수용할 수 있다’도 말한 것도 획기적인 발언”이라며 “이번 사태가 한국 불교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법 스님은 ‘4대강 사업’을 언급하며 “애초 거론되던 수경 스님이 화쟁위에 들어오지 않은 것도 화쟁위는 어느 한편에서 사안을 다루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보존과 개발이라는 두 개의 극단에서 벗어나 연기 중도적 사유방식으로 해결점을 찾아나서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