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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농사꾼 없으면 다 죽을 것 같더라

등록 2010-11-18 08:47

[즉문즉설 무소유의 길을 묻다] ④ ‘자연치유’ 임락경 목사

16일 저녁 7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대성당에서 펼쳐진 강원도 화천 시골교회 임락경(65) 목사의 즉문즉설 현장. ‘이 시대 무소유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생명평화결사와 <한겨레>가 마련한 네번째 즉문즉설은 한바탕 신명나는 공연을 방불케 했다.

임 목사는 이제는 거의 잊혀진 1960~70년대 가요들의 가사를 정확히 기억해내 부르는가 하면 해탈한 도인처럼 거침없는 입담으로 200여 청중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고 청중들은 끊임없는 박수로 화답했다. 임 목사가 아니면 듣기 어려운 ‘맨발의 성자’ 이현필(1913~1964)과 기인 철학자 류영모(1890~1981)에 대한 일화, 평생 강원도 화천에서 유기농사를 짓고 중증장애인들을 돌보면서 터득한 자연치유법에 대한 문답이 오갈 때 청중들은 잠시도 그에게서 눈과 귀를 떼지 못했다.

세 시간에 걸친 이날 즉문즉설 사회를 본 <야생초편지>의 저자 황대권 생명평화결사운영위원장은 “요즘은 다양한 스펙(구직에 필요한 각종 자격증에 대한 총칭)을 쌓은 이들은 외장메모리를 잃어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자가 되기 마련인데, 임 목사는 국졸 학력이 전부지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평생 보고 들은 것을 정확히 기억하고 몸에 익혀 그 자신이 대안 교육의 표본이 될 만하다”고 평했다.

고기는 없어도 살지만 곡식이 없으면 못 살겠더라…농사지어서 이익볼 생각은 애시당초 말아야 한다. 건강한 게 농사의 가장 큰 이득이다.

-무소유 철학이 있는가?

“예수는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겨울을 나려면 연탄 300장과 쌀 한 가마를 준비하라고 했을 것이다. 권정생 선생도 한달 평균 7천원 정도를 썼더라. 그가 인도나 중동에서 태어났다면 그것도 쓰지 않고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왜 평생 농부로 사는가?

“열살 때 100년을 살면 2만6500일을 살 텐데 ‘어떻게 살 것인지’를 생각해보았다. 교회 다니니 목사가 제일 훌륭해 보이고, 시골 사니 공무원이 우러러뵈더라. 그런데 공무원은 없어도 살겠고, 목사가 없으면 더 잘 살겠더라. 그런데 농사꾼이 없으면 다 죽을 것 같더라. 그래서 평생 농사짓기로 했다. 농업은 내 땅이 있건 없건 할 수 있겠더라. 성경에 보니 가인과 아벨이 하나님께 제사를 지내는데, 아벨이 고기를 잡아 바친 제사만 받더라. 그래서 하나님의 식성을 알았다. 그래서 짐승을 기를까도 생각했는데, 고기는 없어도 살지만 곡식이 없으면 못 살겠더라. 그래서 축산이 아닌 농사를 택했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인생의 큰그림을 그리고 평생 실천하고 살았다는 말인가?

“내가 임가니 ‘임걱정’의 후손 아닌가. 임걱정이 백정이다. 이왕 가난해서 비싼 밥 못 먹을 바에야 내쪽에서 ‘비싼 밥 안 먹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돈 벌고 좋은 옷 입으려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평생 헌옷만 입고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후 비상시에 1, 2천원 주고 옷을 사입은 적은 있지만 대부분 남이 입은 헌옷을 얻어 입고 살았다. 밥은 비빔밥 값 이상 드는 밥은 사먹지 않았다.”

-5년 전 남한강가로 귀농해 농사짓고 있는데, 너무 살기 힘들어 울고 싶다.

“실상사 귀농학교만 빼고 전국 귀농학교에서 다 강연하고 있다. 지금까지 귀농학교 출신들만 1만5천명 정도다. 그들에게 절대 부부끼리 같이 귀농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한 사람이라도 월급을 받아야 산다. 부모로부터 농지를 물려받고, 서울농대를 나와 농사를 지어도 적자다. 도저히 채산을 맞출 수 없다. 부부 모두 귀농하는 것은 한 사람이 충분히 자리를 잡은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채산은 안 맞지만 지금까지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정농회 회원 5천명 중 암에 걸린 사람이 없다. 건강 덕을 보면 된다. 시골에선 아이들 상급학교 보낼 생각 안 해야 한다. 나는 중학교도 안 가고 상지대 교수까지 하고 있으니 내가 대안학교의 표본이다. 농사지어서 이익 볼 생각은 애시당초 말아야 한다. 나도 양봉을 하고, 된장, 고추장 팔아서 우리 식구들(시골교회집 30여명)과 살아간다.”

-어떤 분으로부터 삶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가?

“광주 동광원은 원장과 보모들이 자기 자식들을 고아들 사이에 넣어 한치의 차별 없이 키우던 공동체다. 그곳 여름수련회 때는 늘 류영모 선생이 와서 강의했다. 이현필 선생은 누구든 제자로 만들어 동광원 안에서 살게 했고, 류영모 선생은 어떻게든 자신을 떠나서 독립적으로 살게 했다. 나는 제자를 기를 자격이 없다며 나를 따르지 말고 혼자 잘 살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류영모 선생의 영향을 더 받은 것 같다. ”

-류영모 선생으로부터 배운 것은?

“류영모 선생은 밤 10시만 되면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고 잤다. 그리고 새벽 2시면 어김없이 일어났다. 낮잠을 자는 법이 없었다. 류 선생님은 두 시간 자면 생명에 지장이 없고, 네 시간 자면 건강에 지장이 없다고 했다. 나도 평생 이를 실천해 왔다. 평생 일만 하는 사람이 낮에 책 볼 시간이 있겠는가. 2시에 일어나면 뭘 하겠는가. 국졸인 내가 이만큼 된 것도 새벽 두시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암을 예방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잘못된 집터에 살면 환자가 생긴다. 하지만 집터가 제대로 앉았어도 병이 생기는 것은 음식 때문이다. 그 음식을 먹지 않아야 하는데 특정한 이름을 대면 음식회사에서 소송을 건다. 어떤 나라에선 돈 많은 쪽에만 유리하게 판결한다더라. 우리나라는 그럴 리가 없는데(청중 웃음). 암 사망률이 32%라지만 대부분이 암은 고친다. 그런데 항암제 독으로 죽는다. 감기 걸린 사람이 감기는 고치지만 감기약 후유증으로 죽는 꼴이다. 항암제를 해독시키는 게 중요하다.”

글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 다섯번째 즉문즉설|‘아난다마르가’ 칫다다

깨달음 통한 사랑 실천

오는 23일 저녁 7시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대성당에서 5번째 즉문즉설 강연자로 나설 주인공은 칫다다(63·칫다라잔아난다·본명 고철기).

오렌지색 복장에 터번을 두르고 수염을 기른 채 인도의 수행공동체 아난다마르가 수행자로서 무소유의 삶을 살고 있는 그는 경제학 박사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82년부터 7년간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산업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일하다 고혈압과 당뇨, 위염 등을 앓던 중 아난다마르가를 만났다. 그는 이후 “자본주의는 착취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스승 사카르의 가르침에 따라 무소유적 삶을 살고 있다.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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