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화해’ 제안한 한기총 대표회장 이광선 목사
“종교·국민 화합이 필요한 시기
사찰도 민족유산으로 보존을”
종단지도자 ‘증오범죄법’ 요청도
개신교계 대표적인 보수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인 이광선 목사(66·사진)가 20일 “전통문화 보존과 관련한 예산은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우리 군의 연평도 사격훈련 직전 마련한 간담회에서 “나라를 지켜야하지만 너무 민감한 시점엔 때와 방법을 조정할 수 있지 않으냐”며 “성탄절 기간이니만큼 평화를 위해 오신 예수님의 정신을 살렸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참여정부시절인 2006~2007년 개신교계가 사립학교법 재개정 투쟁을 할 당시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장 자격으로 삭발 투쟁을 하는 등 대표적인 보수 강경파로 꼽혀왔던 이 회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화해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 9~16일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 소속 6개 종교 지도자들이 출범 20년 만에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로마의 기독교 성지를 순례하고 돌아오니 국회에서 전통문화 보존 예산을 많이 삭감해버려 불교계가 섭섭해하는 것 같다”며 “종지협 공동대표의장으로서 전통문화가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정부가 예산을 세워서 더 많은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화재가 발생한 부산 범어사의 건축물도 불교 유산이라기보다는 민족문화 유산으로 보고 보존해야 한다”며 “이는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회장은 또 이날 아침자 일간지 광고를 통해 정부의 템플스테이 지원 반대를 주장한 ‘대구기독교총연합회’에 대해 “한기총과는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을 뿐 조직상으로 지휘체계에 있지는 않다”며 “개인적으로 반대 의견이 있다고 하더라도 표현은 조심해야 하고, 상대가 오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21일 열리는 한기총 차기 대표회장 선거 출마자 가운데 한 후보가 ‘한기총도 처치스테이(Church Stay)를 추진해 문화체육관광부에 5~6년간 3천억원의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 그는 “개인의 공약일 뿐 한기총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기총은 지금까지 어떤 정부 지원도 받은 적이 없고 계획도 없다. 한기총이 정부 지원을 많이 받고 있다는 오해는 안 가졌으면 좋겠다.”
이 회장은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남북의 긴장이 고조되는 요즘 상황에서는 국민화합이 무엇보다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종교화합이 중요하다”며 “이런 때 종교인들이 오해를 받을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개신교·천주교·불교·원불교·성균관·민족종교·천도교 등 ‘종지협’에 참여한 7개 종교 지도자들이 뜻을 모아 인종·문화·종교 등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을 막기 위한 ‘증오(혐오) 범죄법’ 등의 입법화를 요청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고 소개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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