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계의 거목인 류승국(사진) 박사가 27일 오전 10시50분 경기도 이천요양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 성균관대 유학대학장과 한국정신문화연구원원장 등을 지낸 고인은 유학뿐 아니라 불교와 도학 등 동양사상에 두루 회통한 유학자이자 철학자로 꼽혀왔다.
고인은 성균관대와 서울대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한 뒤 부산 동화사에서 당대 선지식인 동산 스님에게 화두를 받아 성철 스님 등과 함께 참선을 했고, 동국대에서 불교철학을 공부하며 기독교 영성가 다석 유영모·신학자이자 주역 대가 학산 이정호 등과 교유하면서 동서 사상을 섭렵했다. 한국사상의 원형을 밝히는 데 주력하며 <한국민족사상사 대계 개설편> 등 수많은 저서를 펴냈다. 고인은 “철학하는 사람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반성하는 것이고, 그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하나가 된다”고 주장했다. 80년대부터 경기도 이천에서 한옥을 짓고 살며 병석에서도 강의를 할만큼 열정적이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3월 3일 오전 8시다. 유족으로는 아들 인모(인천대 법대 학장)·신모(<경향신문> 워싱턴특파원)씨, 딸 영모(주부)씨와 사위 황원근(전 대우자동차 상무)씨가 있다. (02)3410-6903. 조현 종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