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가 승려 보고 사탄이라며 침뱉고
사학에선 타종교는 틀렸다는 근본주의 주입하는 현실
북유럽의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극우 테러는 남의 나라 일이기만 할까.
우리나라보다 일찍 다문화·다종교사회에 접어들었고, 또 지구촌에서 대표적인 관용 사회로 꼽혀온 이 나라에서 타종교에 대한 극단적 증오심을 드러낸 테러가 발생하면서 ‘종교 극단주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경계심을 반영하듯, 그간 기독교 근본주의적 시각을 내보였던 ‘한국교회언론회’는 테러 발생 즉시 성명을 내어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테러와 폭력은 인간의 무자비한 잔혹성과 악마적인 행동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면서 “폭력은 정치적, 이념적, 종교적으로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어 “노르웨이 경찰 당국이 범인을 ‘극우 민족주의자’요 ‘기독교 근본주의자’라고 밝힌 것을 일부 언론들이 그대로 받아서 ‘기독교 근본주의자’라고 보도하며 기독교를 폭력적 종교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면서 “기독교의 교리는 폭력을 조장하거나 폭력적인 방법으로 타인의 생명을 빼앗으라는 가르침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종교 사립학교(사학)’에서 근본주의적인 교리 주입식 교육이 이루어지고, 타종교와 타문화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는 교육이 계속되는 한국사회야말로 그런 극우적 근본주의자를 얼마든지 낳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이슬람 이민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7년 분당 샘물교회 목사와 신자들이 아프가니스탄 선교여행 도중에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인 탈레반에 의해 납치돼 일부가 살해되자 개신교 내에서는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혐오증)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이슬람채권(수쿠크)법 도입을 추진하던 지난 2월엔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하야운동을 벌이겠다며 이슬람에 대한 강한 반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심층종교심리학을 연구한 서울대 성해영 인문한국(HK)연구교수는 “근본주의적 교리는 폭력을 정당화시켜주기에 위험한 것”이라면서 “유럽보다 자살율이 훨씬 높을만큼 한국인의 스트레스가 높기에 좌절이나 스트레스가 근본주의적 교리와 결합해 폭력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대표인 박광서 서강대 교수는 무엇보다도 ‘종교 교육’의 문제점을 들었다. 그는 “근본주의적 기독교신앙을 가진 유치원 교사가 승려에게 침을 뱉을 정도로 개신교 교사에 의해 ‘타종교인은 사탄’이라는 주입식 교육이 자행되는 게 현실”이라면서 “이를 더 큰 폭력으로 키울 수 있는 징표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종교 사학에서 다른 종교와 ‘다르다’고 가르치는게 아니라 다른 종교는 ‘틀리다’고 가르치는게 문제”라면서 “이런 교육이 그대로 존치된다면 집단적 이해관계가 상충될 때 근본주의적 종교적 신념을 핑계 삼는 폭력이 행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인 김진호 목사는 “개신교 내에서도 종교사학을 운영하는 이들이 가장 더디게 변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의식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의식변화는 더딘 반면 이슬람 이민자가 늘고 급속하게 다종교사회로 접어들기에 각 종교지도자들이 종교간 대화모임을 늘리는 등 사회적 완충 장치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회에서 신자들과 이슬람을 공부한 바 있는 김기석 청파감리교회 목사는 “타인을 위험한 사람으로 단정해버리고 알려고도 하지않음으로 야기된 몰이해가 폭력의 원인”이라며 “어떻게 보면 폭력은 종교적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 무지와 앎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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