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주교였던 가톨릭 노기남대주교와 조계종 초대 총무원장 지암 이종욱 스님
<기독교사상>이 광복절의 달인 8월을 맞아 ‘친일 청산, 넘어야 할 산’ 특집을 통해 해방 6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물쩍 넘어가기만을 고대하며, ‘회개와 참회’ 없이 변명으로 일관하는 종교계 주요 종파들과 유명 인사들의 ‘친일 행적’과 행태를 조명했다.
개신교 지도자들의 친일 행적을 추적한 김승태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연구위원은 “조선예수교장로회가 중일전쟁 발발 직후인 1940년 ‘전승축하회’ 604회 ‘무운장구기도회’ 8953회, 시국강연 1355회 등을 열고 국방헌금으로 1만5천여전을 바친데 이어 다음해엔 육해군에 비행기 한 대와 배 7정 대금 15만전을 냈다”며 “감리교, 양주삼, 정춘수 목사, 성결교회 박현명 목사 등 친일 인사 대부분이 각 교단 지도자들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개신교 지도자들이 친일 이유로 양심과 신앙심의 결핍과 일제의 강압 외에도 기득권 유지에 대한 욕망과 나약성, 역사의식과 민족의식의 결핍을 들었다.
<기독교사상> 한종호 편집주간은 “지난 2002년 3우러 ‘민족정기를 세우는 의원모임’의 친일세력 명단 발표할 당시 한국교회는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한 권력에 대한 아부 근성과 사대주의적 처신을 질타하면서 다시는 그런 노예적 사고가 이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매섭도록 일갈하는 예언자적 육성을 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 주간은 “한국교회 지도자 상당수가 로마서 13장 1절(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굴복하라. 권세는 하나님께로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의 정하신 바라)이 담고 있는 ‘권세에 대한 복종론’을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세상의 권세도 하나님이 주신 것이니 여기에 저항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곧 하나님의 뜻을 어기는 것이라고 강박적으로 강조하고, 부도덕하고 인간의 양심을 파괴하는 권력까지도 하나님의 뜻을 앞세워 변호하고 정당화했다”며 친일 청산을 하지 못함으로써 이승만이 기독교 장로라는 사실 하나로 이승만 독재정권을 옹호했고, 이후 박정희와 후속 권력자들에게 신앙 양심을 접고 머리를 조아린 것은 이들의 정신세계 속에 세상의 권세를 압도하는 하나님의 뜻이 중심이 되지 못한 채 정신적 병폐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김유철 집행위원장은 최초의 한국인 주교였던 노기남 주교의 친일행적을 집중으로 밝혀냈다. 김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오카모토란 창씨명으로 경성교구장이 된 노 주교는 취임사에서 ‘우리는 충량한 황국신민이 되어야 한다’며 ‘비록 약간 어렵고 불편할지라도 공연한 비판이나 한탄을 말고 일치 협력하며 무언복종하라’고 했다. 노 주교가 지도하는 경성교구는 일제를 위해 전몰장병의 위령을 위한 기원성제 2만9622회, 시국강연회와 좌담회 1만1592회 등을 한데 이어 ‘미영격멸 비행기 2백대 헌납운동’을 전개해 비행기 248대 분량인 2천4백81만71전의 헌금을 만들어 부일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그럼에도 “천주교가 친일 역사를 고백하고 가슴을 찢는 대신 후손들에게 망각을 강요하며 탈색, 변색, 위장을 통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하고 있다”고 통탄했다.
경기도 이천 부석암 주지 임혜봉 스님은 현 조계종을 만든 대표적인 근현대 불교 인물들인 초대 조계종 총무원장 이종욱(지암) 스님과 권상로 동국대 초대 총장의 친일 행각을 집중 조명했다. 임혜봉 스님에 따르면 이종욱은 총독부의 인가로 1941년 5월1일 출범한 조계종의 총무총장(현 총무원장)에 히로다 쇼이쿠란 창씨명으로 취임해 그해 12월 8일 대동아전쟁 발발 소식을 듣자마자 전 조선 1500여개 사찰에 (일제의) 전쟁승리를 위한 기도법회를 열게하고, 전국사찰에 군용기 헌납기금 5만3원을 내도록 본말사별로 할당해 징수했다. 임혜봉 스님은 “최고의 문필가이자 뛰어난 학승이었던 권상로는 친일시국강연의 주요강사로 나가 승려들에게도 일본군에 지원할 것을 권유했지만, 광복 후 동국대 총장이 되고, 대통령 문화훈장(1962년)까지 받은 채 불교 승려로서 ‘포살과 자자’(불교식 참회의식)도 없이 입적했다”고 주장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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