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산 기부하고 함께 세상 떠난 한재순할머니와 홍융희 할아버지 사진 유족들 제공
평생을 아끼고 보은 재산을 고 옹기장학회에 기부하고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기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1일 가톨릭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한재순(세례명 미카엘라)씨는 지난해 12월10일 서울 명동성당 서울대교구장실로 정진석 추기경을 찾아와 1억원짜리 수표 9장을 기부했다.
둘째딸과 함께 온 한씨는 이 자리에서 “저는 죄인입니다. 이 세상에 나와서 잘한 일이 없습니다. 좋은데 써주세요”라고 쓴 쪽지를 내밀며 옹기장학회에 기부의사를 밝혔다. 옹기장학회는 고 김수환 추기경이 설립한 장학재단이다.
한씨는 그 5일 뒤 한 한 수도원에도 1억 원을 기부했다. 기부 후 할머니 통장에는 280만원이 남았있었다. 남편과 함께 채소장사, 쌀장사를 하며 다섯 남매를 키운 할머니는 빠듯한 살림에 평생을 아끼고 절약하며 한겨울에 난방도 하지 않고 냉방에서 지냈으며 해진 내의와 양말은 기워 입었다고 한다.
한씨는 지난달 26일 남편인 홍융희(82)씨가 세상을 떠난 이틀 뒤인 28일 선종했다. 한씨의 기부사실은 30일 부부 공동 장례미사에 정 추기경이 추도사에서 그 사실을 밝히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한씨의 기부액수는 가족들조차 몰랐던 것으로 알렸다. 둘째딸 홍기명(55)씨도 정 추기경에게 갈 때 동행했지만 기부액수를 몰랐다고 한다.
한 씨는 정추기경을 찾아 전재산을 기부하고 돌아오면서 차 안에서 노래를 부르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는게 둘째 딸의 전언이다.
정 추기경은 추도사에서 “그 돈은 자매님과 형제님이 평생 근검절약하며 모은 재산이었고 기부 결정은 자녀들과 상의 없이 홀로 결정하셨다고 말했다”면서 “저는 그것이 단순히 재물이 아니라 부부 평생의 삶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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