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14일 오후 경기 양평군 양수리성당에서 최덕기 주교와 함께 4대강 중단 촉구
미사를 이끈 강우일 주교(오른쪽) 사진 <한겨레> 자료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주교회의)의장 강우일 주교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강 주교는 22일 주교회의 홈페이지에 실린 글을 통해 멕시코와 볼리비아, 캐나다 등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나라들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에프티에이를 맺은 대부분의 나라가 외형상 경제규모는 커졌을지 몰라도, 극소수의 대기업과 자본가들만 엄청난 부를 축척하고, 중산층이 몰락해 빈곤층으로 떨어지고, 무한경쟁의 구도 안에서 안정된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국민의 과반수가 임시직과 비정규직에 종사해 최소한의 인간적 품위를 지키기 위한 복지 혜택도 못받고, 최저생계비를 버는 것도 힘든 가혹한 빈곤을 강요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주교는 “에프티에이가 단순히 경제적 측면에서의 부작용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 문화 각 분야에 돌이키기 어려운 재앙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일 수 있으므로, 평범한 국민들도 경제에 대해 공부를 하고 정치인들이 제대로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프타 체결 이후 멕시코의 경우 대기업과 외국기업들의 수출이 성장을 이끌었지만, 이들은 멕시코의 값싼 노동력만 활용할 뿐이었다”며 “ 2002년까지 50여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같은 기간 농업부문에서 13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내수 위주의 중소기업, 도시 자영업, 농민 등 개방에 취약한 계층들은 생존의 벼랑 끝으로 몰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캐나다 역시 쿠프타 체결 후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캐나다의 경제를 좌지우지하게 됐고, 실업 급여, 노후 연금, 의료와 교육재정을 대폭 삭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볼리비아는 국제구제금융을 받는 대신 구제개혁을 해야했고, 공기업 매각프로그램에 따라 코차밤바 지역의 상하수도시설 운영권을 따낸 벡텔사는 1주일만에 수돗물 가격을 급격하게 인상해 대중봉기를 유발케한데 이어 네덜란드와 볼리비아가 맺은 ‘양자간 투자협정의 투자자-국가직접소송제(ISD)’를 근거로 볼리비아 정부를 상대로 2600만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함께 ““에프티에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국 경제를 활성화하려했던 미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나프타 체결 이후 생산 시설이 멕시코로 이전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피해가 발생하고, 농민들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면서 “극소수의 자본가들과 소수의 거대기업농 등은 반대급부를 챙겨 엄청난 고수익을 누리는 반면 중산층은 무너지고 생활보호대상자가 급중하게 돼 시민들이 ‘1%를 위한 경제구조는 바뀌어야 한다며 월가를 점령하는 시위를 벌인 것’이다”고 설명했다.
강 주교는 “교황 비오 10세는 회칙에서 ‘자유무역의 자유도 사회 정의가 요구하는 원칙에 따라 이뤄질 때 비로소 정당성을 갖는다’고 했고, 교황 바오로 6세 역시 ‘선진국드르이 부의 독점과 편중을 엄중히 경고’했으며,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투기적으로 금융 자원을 지원하는 일은 삼가야한다’고 가르쳤다”며 이렇게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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