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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제2의 안창호, 전영창을 기르자

등록 2012-03-29 10:19

 
 지형은 목사가 교회 도서관에 온 부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 성수동 성수역 부근은 고가철로가 지난다. 햇볕 받기 어려운 고가 아래는 자칫 음산한 느낌을 주기 쉽다. 그런데 불과 2분 남짓만 골목으로 발길을 옮기니 아연 밝고 활기찬 느낌이 가득하다. 그 가운데 멋진 뮤지컬공연장쯤으로 보이는 건물이 있다. 지난해 4월 성전봉헌 예배 때 <우연히 행복해지다>란 뮤지컬을 성황리에 공연한데 이어 다음달 19~21일에도 <사슴의 발>이란 뮤지컬을 공연하니, 뮤지컬 공연장이라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옥상엔 십자가도 없다. 이 건물 앞까지 온 사람들이 “분명히 이 근처일텐데, 교회가 어디에 있지요?”고 묻는 것도 당연할 듯 싶다. 서울성락성결교회다.

  유리로 덮힌 외부에서 보이는 건 말씀과 삶, 즉 언행일치를 표방하는 ’LOGOS & LIFE’(로고스와 라이프)라는 푯말이 붙어 있을 뿐이다.  
 

 담임 지형은(53) 목사가 반긴다. 십자가는 옥탑 대신 그의 가슴에 걸려 있었다. 지 목사는 신학대학원까지 마치고 오대산 입구의 시골마을에서 목회하다 독일로 유학을 떠나 보훔대학에서 제2의 종교개혁인 ‘경건주의’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귀국해 <국민일보> 종교부장과 논설위원, 서울 서빙고동 서호교회를 거쳐 이 교회에 청빙된 것은 2004년 11월이었다. 교회 기존 건물은 안전 진단을 받을만큼 낙후돼 재건립이 불가피했다고 한다. 그러나 좀 더 편한 길로 여겨지던 학자의 길이 아니라 ‘교회 갱신’이란 꿈을 안고 목회 현장을 지망한 자신이 이처럼 번듯한 예배당 건축에 매달리면서 “신학적 고민도 적지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어렵게 지은 예배당을 지역과 세상을 위해 봉헌하고 있다. 옥탑에 십자가를 세우지 않은 것도 교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쉽게 이 건물 2층 카페에서 차도 마시고, 지금 만들고 있는 도서관에서 책도 보고, 작은 룸들에서 모임도 갖도록 하기 위한 배려에서다.

 이 교회는 어느 단체나 냉난방비 정도의 관리비만 내고 다양한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교회는 또 교회음악학교를 만들어 인근 주민이나 학생들이 저렴하게 바이올린이나 첼로, 성악 등을 배우도록 할 계획도 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지 목사는 “인근에 피아노를 가르쳐 생계를 이어가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교회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는 것은 피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근 지역민들에 대한 그의 배려는 이뿐이 아니다. 주일마다 출석하는 3천명의 교인들에게 주일이면 가급적 이 주변 가게들에서 물건을 구입하도록 했다. 대형할인점들 때문에 대부분 골목 상권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과 달리 이 일대 상가가 활기를 띠는 이유다. 그가 인근 주민들에게 교인들만큼이나 관심을 갖는 것은 한국교회에 대한 그만의 진단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소수집단이었을 때는 ‘내부 단결’이 무엇보다 필요했지만, 다수집단이 되면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책임의식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내부적으로 이와 관련한 합의 도출에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개신교가 한국교회 안에만 갇혀 있고, 사회와 관계망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신학위원장으로서 ‘복음’을 놓쳐서는 결코 안된다는 결기를 지닌 그지만 “하나님은 교회만 다스리는 분이 아니라 온 세상을 주재하시는 분”이라는 믿음 또한 확고하다. 그래서 교인들이 교회에서 신앙에 대해서만 듣고, 한국사회나 동북아 지역 혹은 사회 각계의 이슈에 대해 무지한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가 새로 단장할 주보에 ‘말씀’이나 ‘복음’이 아니라 신앙인으로서 세상에서 가져야할 가치를 내세우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성락성결교회 주보 맨 위엔 상생과 포용에 근거한 ‘민주주의 법치정치’, 돌봄과 나눔에 근거한 ‘자본주의 시장경제’, 사랑의 정의에 근거한 ‘인도주의 인본도덕’을 새길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에 나가는 법조인은 법조인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상인은 상인대로, 주부는 주부대로 세상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이런 가치를 삶에서 실천하는게 신앙인의 바른 자세라는 것이다.

 지 목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도산 안창호 선생과 거창고 설립자인 전영창 선생이다. 그는 “그 분들은 신앙과 삶이 일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말씀과 삶이 일치되는 교인을 길러낸다는 슬로건을 내건 이 공동체에서 어떤 안창호와 전영창들이 나올 지 주목된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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