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휴심정 뉴스

김홍도목사가 매장한 변선환의 부활

등록 2012-09-27 19:22

미국 드루대에서 세미나가 열려 조명되는 세계적인 토착신학자 변선환 박사. <한겨레> 자료사진미국서 변선환 박사 추모 세미나불교학 이기영·유학 유승국 등과

종교간 대화로 공동체적 책임 촉구

현실 눈감은 교회주의 비판에 

김홍도 목사 등 나서 출교처분

세미나서 그의 ‘토착신학’ 재조명
한가위나 설 같은 명절이 되면 차례상과 성묘를 놓고, 종교가 서로 다른 부모 형제들로 인해 곤혹스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세계에서 대표적인 다종교 국가이자, 개신교의 배타성이 유독 강한 한국의 가정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모습이다.이런 갈등을 넘어 조화로운 사회를 위해 가장 고뇌했던 신학자가 변선환(1927~95)이다. ‘기독교와 토착 종교사상’의 만남을 가장 앞서 이끌었던 이 토착신학자를 기리는 국제세미나가 추석을 앞두고 미국에서 열리고 있다. 변선환이 1960년대 유학해 석사학위를 딴 모교 드루신학대학에서다. 26일부터 28일까지. ‘기독교 영성의 미래와 종교간의 상호관계성-변선환 박사를 기념하여’라는 제목이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한국 감리교가 매장시킨 ‘한국 신학계의 기린아’ 가 ‘부활’하고, 교회에 종속된 한국 신학계의 풍토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변선환 세미나’를 알리는 안내책자 표지.변선환은 기독교와 한국 사상과의 만남을 통해 유교적 기독교 사상을 정립했던 감리교 목사교수 윤성범(1916~80)에게서 배운 뒤 드루대를 거쳐 스위스 바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서구인들이 유대교·불교·유교 등 아시아 종교들을 ‘이즘’으로 표기해 ‘기독교’(Christianity)와 구별되는 이데올로기 정도로 가치절하하고 있는 것을 인식했다.그는 불교학자 이기영 교수, 유학자 유승국 교수, 민중신학자 안병무 교수, 강원용·김흥호 목사, 가톨릭 토착화 신학자 심상태 신부 등과 깊은 종교간 대화와 친교를 통해 “아시아인이 아시아의 종교성과 민중성을 놓치면 아시아의 신학일 수 없다”며 “아시아인은 아시아의 현실에 눈을 감지 않는 신학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기독교가 아시아의 종교들과 함께 세상을 위한 ‘공동체적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1987년 1월 드루신학대학원에 방문교수로 초빙돼 아시아신학과 아시아기독론을 가르쳤다. 폴 니터 교수와 함께 ‘민중해방을 향한 불교와 기독교의 대화’를 강연한 것도 그해였다.세계 어디서도 보기 어려울 만큼 강한 ‘배타성’을 무기로 삼는 한국 보수 개신교 목사들은 그의 다원주의적 관점의 확산을 염려하던 중 “기독교 밖에도 구원이 있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아 현대 종교사에 기념비적인 종교재판을 감행했다. 1992년 5월7일 서울 중랑구 망우동 금란교회였다. 재판정은 김홍도 목사가 이끄는 금란교회 신자 3천여명이 변선환에게 보내는 야유에 스승을 지키려는 감신대 대학원생들의 절규로 아수라장이었다. 재판위원회는 변선환에게 감리교회법상 최고형인 출교 처분을 내렸다. 감리교회 목사직에서 파면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자 자격까지 박탈한 것이었다. 감신대 학장직에서도 쫓겨난 그는 3년 뒤 세상을 떴다.극우 보수 목사들이 변선환을 그토록 매장하기에 혈안이 된 것은 그가 한국적 신학이 타파해야 할 우상으로 ‘교회 중심주의’를 지목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교회 중심주의가 교회 자체를 계시와 은총의 통로로 이해함으로써 세상과 교회의 단절을 초래하게 됐다고 주장했다.이번 세미나엔 변선환의 중매로 결혼한 이정배(기독자교수협의회장) 감신대 교수, 이은선(전 여신학자협의회장) 세종대 교수 부부를 비롯해 세계교회협의회(WCC) 전 종교간대화 프로그램위원장인 한스 우코 박사, 드루대 에큐메니컬 전공 웨슬리 아리아라자흐 박사, 하버드대학교 신학대학원의 다이애나 에크 교수 등 수십명이 발표자와 패널로 참여한다.세미나에선 불교와 힌두교, 생태와 기독교의 교류 외에도, ‘종교간 대화와 종교간 상호 관계성 신학’과 ‘비교신학의 미래’, ‘신학, 해방 그리고 교회’ 등의 토론이 이어진다.이정배 교수는 “변선환이 목사직과 교수직을 동시에 잃고 학장에서 파면된 지 20년 만에 미국에서 열리는 이번 세미나가 그를 세계적인 아시아 토착신학자이자 종교간 대화자로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휴심정 많이 보는 기사

두번째 화살을 맞지않으려면 1.

두번째 화살을 맞지않으려면

홀로된 자로서 담대하게 서라 2.

홀로된 자로서 담대하게 서라

착한 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3.

착한 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천도재도, 대입합격기도도 없는 사자암의 향봉스님 4.

천도재도, 대입합격기도도 없는 사자암의 향봉스님

고통이 바로 성장의 동력이다 5.

고통이 바로 성장의 동력이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