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체험을 뜻하는 템플스테이가 시작된 지 10년 만에 한국의 대표적인 휴식과 힐링 프로그램으로 정착했다.
템플스테이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시행 초기 사찰들의 외면으로 초기에 좌초할 위기에 봉착했다. 2002년 시작 당시 33개였던 참여사찰 중 17개 사찰이 이듬해 템플스테이를 포기할 정도로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다. 몇 년 뒤 템플스테이가 정착해 참여 사찰 숫자가 늘어난 뒤엔 “왜 불교를 알리는 데 국고를 보조해주느냐”는 개신교 쪽의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템플스테이는 지난해 말까지 모두 88만700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매년 30% 이상 참여자가 늘었다. 2009년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성공적인 5대 세계 문화관광 상품’ 중 하나로 템플스테이를 선정하기도 했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선진국에 필적할 만한 고유의 문화 상품이 없다는 평가를 무색하게 할 수 있는 한국의 대표 브랜드로 떠오른 것이다. 지금까지 118개 사찰에서 외국인만 11만8000여명이 참가했다.
해인사 강원 학장을 지낸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법진 스님은 “예전에 외국에서 한국에 다녀갔다는 분들한테 간혹 해인사 팔만대장경에 대해 안다는 얘기를 들으면 반가웠는데, 요즘은 만나는 분들마다 템플스테이를 경험했다거나 꼭 가보고 싶다고 해서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템플스테이는 세속인과 떨어진 산사에서 은둔적 경향을 보여온 전통 사찰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장을 제공했고, 경쟁 사회에서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최고의 자연 경관과 수행 노하우를 보유한 사찰에서 휴식과 치유를 경험하도록 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지난해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심층 면접 조사 결과, 애호도는 10점 만점에 외국인이 8.5점으로 내국인의 8.11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참가 동기에 대해선 내국인은 ‘휴식·일상의 재충전’이 22%로 가장 높은 것과 달리, 외국인은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불교 문화에 대한 관심’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프로그램 만족도의 경우 내국인이 ‘스님과의 대화’와 ‘다도’, ‘108배’ 순으로 꼽았고, 외국인이 ‘다도’, ‘염주’, ‘연등 만들기’를 들어 전통문화에 대한 선호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템플스테이는 1회성 프로그램이라는 한계도 드러냈다. 참가자 가운데 재참가율(2010~11년 기준)이 내국인 21.2%, 외국인 5.6%로 비교적 낮았다.
이에 대해 박용규 불교문화사업단 사무차장은 “향후 템플스테이의 새 슬로건이 ‘나를 위한 행복한 습관’”이라면서 “이 슬로건대로 참가자들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누리는 습관을 정착시킬 수 있도록 다양하고 일상적인 프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오는 31일 오후 5시 서울 견지동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템플스테이 10주년 비전 선포식’을 열고, 11월1~4일 조계사에 사찰 음식, 만다라 그리기, 전통 한지 만들기, 탁본하기를 경험하는 템플스테이 체험존을 마련한다.
또 31일부터 11월1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젊은 미술가 8인의 ‘스스로 마음을 일깨우다-스.마.일 전’과 함께 31일~12월 2일 조계사 앞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에서 ‘템플스테이 10년의 기록전’도 연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사진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