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성전 스님등 <불교방송> 진행자 스님들이 이채원 사장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방송중단을 선언하고 있다.<불교방송>노조 전영신 위원장이 이사장 영담 스님의 검찰 고발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 <불교포커스>제공
감사가 사장 해임건의안 올리고2노조는 배임혐의로 고발 가세 승려진행자들 “사장이 승가 모독”퇴진 요구하며 돌연 방송중단
불교계의 대표적 매체인 <불교방송>의 내부갈등이 방송 파행과 고발 사태를 빚은 가운데, 방송 정화 운동으로 쟁점이 확산되고 있다.
불교방송 노조는 20일 재단 이사장인 영담 스님을 업무상 횡령과 배임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노조는 불교방송을 살리기 위해선 “(영담 스님의) 사유화에 따른 부조리를 바로잡아 공영방송으로 회귀시켜야 한다”며 정화 차원의 기치를 내세워 영담 스님과 전면전에 나섰다. 앞서 지난 13일엔 이 방송의 승려 진행자 7명 전원이 이채원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방송을 중단해 아나운서들이 대신 투입됐다. 1990년 개국 이래 초유의 일이다.
종단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지난 15년간 불교방송에서 사실상 최고 실력자로 군림해온 이사장 영담 스님과 1년 반 전에 취임한 이채원 사장 사이의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갈등이 표면화한 것은 지난해 12월18일 이사회에서 감사가 ‘이채원 사장 해임건’을 상정하면서부터다. 뒤이어 지난해 11월 이 방송사의 제2노조로 발족한 희망노조가 1월29일 이 사장을 ‘업무상 배임’ 의혹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고, 승려 진행자들도 가톨릭 성당을 다녔던 사장이 불자인지 의심스럽다며 ‘종교 정체성’을 문제삼아 방송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이사장 영담 스님과 희망노조(노조원 20명) 및 일부 승려 진행자가 한 축을, 이채원 사장과 노조(노조원 57명)가 또 다른 축을 이뤄 대치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 사장 쪽은 “이사장 영담 스님이 경영에서 이견을 보인 사장 죽이기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부 직원들이 프로그램에서 돈을 받고 가요순위를 조작해 인천지검에서 벌금형을 받자 사장이 이들을 비호한 편성총책임자를 사업위원으로 발령 냈는데, 영담 스님 쪽에서 이를 자신의 수하 인맥에 맞서는 행위로 보고 사장 축출에 나섰다는 것이다. 사장 해임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한 감사가 영담 스님이 15년 전 임명한 사람이고, 사장을 고발한 희망노조도 영담 스님 인맥들을 주축으로 발족한 조직으로 알려진 점 등이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고 이 사장 쪽은 보고 있다. 승려 7명이 갑자기 방송을 중단한 배경에도 영담 스님이 있다는 게 이 사장 쪽과 노조의 시각이다.
방송 중단을 주도한 성전 스님도 애초 청화 스님 제자였으나, 영담 스님 은사인 쌍계사 조실 고산 스님에게 건당(은사를 바꿈)해 영담 스님과는 ‘같은 문중 형제’이며, 쌍계사 말사인 남해(경남) 용문사 주지직을 받은 ‘영담 스님 인맥’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희망노조와 성전 스님 쪽은 영담 스님 인맥설을 정면 부인하며 가톨릭에 가까웠던 이 사장의 종교적 정체성과 승가 모독 발언이 문제를 빚은 것이라고 맞받았다. 송근선 희망노조 위원장은 “영담 스님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했고, 성전 스님은 “불자가 아닌 사람이 <불교방송> 사장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나선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들은 “모 언론사 인물 난에 이 사장의 종교가 ‘가톨릭’으로 돼 있었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 사장이 승가 모독 발언을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사장쪽 “이사장쪽 인사발령 보복2노조 출범·방송파행 배후 의혹”노조 “비리의혹 감추려 물타기”이사장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
이 사장은 이들의 주장을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가톨릭 신앙 논란에 대해 “2005년께 부부모임 참석자들이 모두 가톨릭신자여서 1년가량 성당에 오갔으나 나와 맞지 않아 더 이상 나가지 않았다. 그때 쓴 인물정보 기록이 (언론에)남아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사장은 “대학생 때 불교학생회 활동을 했고, 강릉문화방송 사장 재직 때는 직원들과 함께 등명낙가사를 찾아 법문을 듣고 공양을 한 사실을 주지 스님이 알고 있으며, 불탄 낙산사 복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국에 방영했다"고 밝혔다. 또 "<불교방송> 사장으로 재직하는 1년반동안 매일 방송국 3층 법당을 먼저 참배한 뒤 15층 사장실로 출근했고, 매주 월요일 아침 직원 법회 때 사장이 항상 참석하자 예불 참여 직원수가 세배나 늘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승가 모독 발언을 한 것을 보았다는 사람과 대질을 시켜달라”고도 했다.
노조 쪽도 “영담 스님 쪽이 자신의 비리 의혹을 감추고 이 사장을 쫓아내기 위해 불순한 의도를 갖고 ‘승가 대 재가의 싸움’으로 몰아가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노조 쪽은 20일 낸 고발장에서 방송프로그램 향상에 쓰여야 할 후원금이 고스란히 재단운영비로 들어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매년 2억5000만원이 (이사장실의) 출장비와 판공비, 활동비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지난 2011년 <문화방송>과 함께 기획한 뮤지컬 <원효>의 광고·협찬비 7억여원과 이익금 1억3000만원을 영담 스님이 대표로 있는 한중불교문화교류재단과 개인의 계좌로 빼돌렸다는 것 등이 주된 내용이다. 노조는 영담 스님이 과거에서 후원금 2억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자 나중에 채워놓은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영담 스님은 “노조를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는 “뮤지컬 사업에 개인적으로 16억원을 투자했다. 어떤 사업이든 투자비를 먼저 회수시키고 수익을 따지는 것이지만, 원금도 전부 회수하지 못해 5000만~6000만원의 손해를 봤고, 재단이사장이 쓸 수 있는 판공비조차 쓴 적이 없다”고 의혹 제기를 일축했다.
불교방송 운영의 시시비비에 대한 판결은 이제 외부 법정에 맡겨졌다. 다만, 불교방송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가 영담 스님과 이 사장 쪽이 제기한 의혹들을 조사해 28일 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이어서 내부 차원의 ‘정리’가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판사 출신 이사인 김윤수 소위 위원장은 “양쪽이 비난을 자제하고 소위 보고를 지켜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