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자신을 잘 몰라서, 죽음을 잘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죽음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는 존재가 없다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자기를 집착하는 한, 에고가 있는 한 죽음이 두려워요. 죽음은 에고의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형태와 동일시(집착)하는 게 에고입니다. 몸이 자기라고, 이름이 자기라고, 감정이 자기라고 생각하는 게 에고입니다. 몸이 죽을 때 자기가 없어질 줄 알고 에고가 두려운 거예요. 자기를 집착하는 바로 그만큼 죽을 때 두렵고 고통스러워요.
예를 들면, 누가 전 재산을 다 훔쳐갔으면 얼마나 힘들까요? 자기를 집착하는 만큼 힘들어요. 자기 것이라고 생각해서 고통이 있어요. 자신과 돈의 실체가 없는 환영 같은 본질을 몰라서 고통이 있어요.
자성이 없는 에고의 본질을 깨우치면 죽을 때 죽음이 없어요. 자기에 대한 집착을 닦아서 무아의 경지를 깨우친 사람은 죽을 때 두려움이 없어요.
모든 두려움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됩니다. 전멸에 대한 두려움이죠. 두려움은 무아로 가는 길입니다. 두려움을 직면하면 자아가 없는 마음의 본성 자리를 체험합니다. 바로 죽음을 체험하는 거죠.
에고는 두려움으로 살아요. 공포는 에고의 공포입니다. 두려움을 직면해서 사는 동안 죽음을 미리 자주 체험하세요. 연습을 해야지 잘 죽을 수 있어요. 잘 죽는다는 것은 형태가 없는 마음자리를 편안하게 맞이할 수 있는 거예요.
두려움이 있을 때마다 두려움을 온전히 느끼고 두려움과 하나가 되어보세요. 그러면 나도 두려움도 없는 실체가 없는 마음자리를 체험합니다. 우리 자주 죽어요. 그래야지 두려움이 없는 용감한 삶을 살 수 있어요. 영웅이 되는 길은 두려움입니다. 미리 죽으면 죽을 때 죽지 않아요.
글 용수 스님/세첸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