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뭐가 될까?’ 구도자가 될까, 하늘을 나는 새가 될까? 늘 구도자와 새를 그리는 이가 있었다. 신문기자인 그는 언제부턴가 지지고 볶는 일상 속의 구도자의 길을 택했고, 각 종교의 수행자를 만나고 영성적 글을 쓰는 <중앙일보> 종교담당기자가 되었다. 여러 구도자들을 만나면서 문제를 푸는 첫 단추가 ‘내 안’에 있음을 깨달은 이후다. 그래서 그가 매주 한차례씩 신선한 약수같은 글을 독자들에게 배달했고, 이를 한데 묶었다.
그의 글엔 2천년도 더 된 붓다와 예수, 소크라테스가 나오고, 불경, 성경 구절이 등장한다. 그러나 수천년 동안 항아리 독속에 갇혀 답답해하던 성자와 성구가 아니다. 그가 불어넣은 호흡으로 살아난 성인들이 ‘인생보다 일상이 버거운 당신에게’(부제) 다가와 아픈 상처들을 어루만져 준다.
그는 성직자가 아니다. 그래서 계율도 죄의식도 강조하지않는다. 시종일관 거친 호흡을 잠시 멈추고 쉴 수 있는 공원 벤치로 안내하며, 그곳에서 ‘지금의 번뇌가 곧 시작될 희망의 예고’라고 말해준다.
그가 첫페이지에서 매번 면접에서 떨어지는 취업재수생에게 들려주는 것은 10년 전 프로골퍼 최경주 선수의 일생을 건 퍼팅 순간이다. 만약 한타를 실패하면 짐을 싸서 영영 귀국해야할 처지여서 덜덜 떨리는 순간 지난밤 기도를 떠올리며 마음을 비우자 놀랍게도 요동치던 마음이 착 가라앉으며 오히려 퍼팅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속삭인다.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을 빼고 인생의 철로를 따라가 보세요.” 백성호 지음/중앙북스.1만3000원.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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