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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좋은글

보조 지눌-진심 깨치면 생사가 없다

등록 2011-06-10 22:55

 어떤 이가 물었다.  “견성한 사람은 생사를 벗어난다고 나는 들었다. 그러나 과거의 조사들은 다 견성한 사람이지만 모두 생사가 있었고, 지금 세상의 수도하는 사람들도 다 생사가 있는데, 어떻게 생사를 벗어난다 하는가?”  나는 답하였다.    “생사는 본래 없는 것인데 망령되이 있다고 헤아린다. 어떤 사람이 병든 눈으로 허공에 어른거리는 꽃을 볼 때, 눈병 없는 사람이 허공에 꽃이 없다하면 그는 그 말을 믿지 않다가, 눈병이 나으면 허공의 꽃이 저절로 없어져 비로소 꽃이 없음을 믿게 된다. 다만 그 꽃이 없어지지 않았더라도 그 꽃은 원래 없는 빈 것이건마는 병자가 망령되이 꽃이라 집착하였을 뿐이요 그 본체가 참으로 있는 것은 아니다.    그와 같이 사람들이 망령되이 생사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 생사가 없는 어떤 사람이 본래 생사가 없다고 말하면 그는 절로 없어져서야 비로소 본래 생사가 없는 것임을 안다. 다만 생사가 없어지기 전에도 실로 있는 것이 아니건마는 생사가 있다고 그릇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에  ‘선남자여, 일체 중생이 비롯함이 없는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갖가지로 뒤바뀐 것은 마치 정신 잃은 사람이 사방의 방위를 바꾸는 것과 같아서 망령되이 사대를 인정하여 제 몸이라하고, 육진(六塵)의 반연하는 그림자를 제 마음이라 한다. 비유하면 병든 눈으로 허공의 꽃을 보고 나아가서는 그 온갖 허공의 꽃이 허공에서 사라지더라도, 결코 사라진 곳에 있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것은 생긴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일체 중생들은 생멸이 없는 데서 망령되이 생멸을 보기 때문에 생사가 윤회한다고 말한다’고 하였다.    이 <경>에 의하면, 원각의 진심을 환히 깨치면 본래 생사가 없음을 진실로 알 수 있다. 지금 생사의 없음을 알았지마는 그래도 생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직 공부가 투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에   ‘암바라는 여자가 문수보살께 <생사가 바로 생사가 아닌 법을 분명히 알았사온데, 무엇 때문에 생사에 흘러 다닙니까?>고 물었다. 문수보살은 <그 힘이 아직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하였다.  그 뒤에 진산주가 수산주에게 물었다.    <생사가 바로 생사가 아닌 법을 분명히 알았는데 무엇 때문에 생사에 흘러 다닙니까?>  수산주는 <죽순이 필경에는 대가 되겠지마는 지금 당장 그것으로 떼배를 만들어 쓰려 한들 되겠는가?>고 하였다.  그러므로 생사의 없음을 아는 것이 생사의 없음을 체득함만 못하고 생사의 업음을 체득한 것은 생사의 없음에 계합함만 못하며, 생사가 없음에 계합한 것은 생사의 없음을 활용함만 못한 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아직 생사의 없음도 알지 못하거늘 하물며 생사의 없음을 체득하겠으며, 생사의 없음에 계합하겠으며 생사의 없음을 활용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망령되어 생사를 인정하는 이로서는 생사의 없는 법을 믿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보조국사 어록-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라>(김달진 옮김, 편집위원 박종홍, 박종화, 성낙훈, 양주동,이병주,이선근,이은상,조명기. 동화출판사 펴냄)

보조국사 지눌(1158~1210)=고려 중기의 선사. 선종의 중흥조다. 선종과 교종의 대립시 양종을 섭렵해 합일점을 찾았다. <수심결>을 지었으며, 정혜결사운동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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