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어로 명상을 ‘곰’이라고 한다. ‘곰’은 ‘친해지다’는 뜻이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만나 인터뷰를 했던 <티베트의 즐거운 지혜>의 저자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는 어려서 극도로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그래서 공황장애와 소심증, 대인 공포증으로 힘든 시절을 보내야했다.
하지만 그는 30대 초반이던 지난 2002년 미국 위스콘신대학의 와이즈먼 뇌신경연구소가 주관한 실험한 뇌영상촬영에 응해 손발이 묶인 채 좁은 원통 속에 한 시간 넘게 갇혀 비명 소리 등을 들려주는 동안 그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실험한 결과 뇌과학자들로부터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란 별명을 얻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괴롭혀온 두려움과 불안으로부터 도망치려고 애쓰거나, 그런 감정들을 쫓아내려고 했지만 평안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스승들은 그들과 친해지는 법을 배우도록 했다. 그랬기에 그는 평안하고 행복한 사람이 됐다. 그가 어린 시절 불안해 했을 때 그의 스승 살자이 린포체가 말했다.
“그대의 마음은 멀고 외딴 길이라네. 그리고 불안과 두려움 등은 산적들이지. 그들이 거기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대는 여행을 두려워해. 아니면 깨어 있는 마음을 호위대로 고용하는 방법이 있겠지. 하지만 문제들은 항상 그대보다 더 크고 강해 보일 거야. 가장 좋은 선택은 현명한 여행자처럼 되는 일이라네. 자신의 문제들을 자신과 함께 가도록 초대하는 것이지. ‘이봐 두려움, 나의 호위대가 되어 줘. 네가 얼마나 크고 강한지를 내게 보여 줘.’ 그대의 문제들을 호위대로 고용할 때 그것들은 그대의 마음이 얼마나 강한가를 그대에게 보여 줄 거야.”
살자이 린포체의 말처럼 두려움이나 불안과 같은 감정들을 쫓아내려고 안달하기보다는 그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순순히 친구로 받아들일 때, 즉 문제에서 도망치지 말고, 문제를 사랑할 때, 의외의 좋은 결과가 우리를 기다릴 때가 많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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