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이십 년, 아니념 이십오 년 전에 지나가 버린 과거의 청춘은 제 기억으로만 남아 있기에 일점일획도 우리의 의지대로 바꿀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의지와 노력이 조금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그 과거의 시간은 실재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의지와 노력이 우리의 생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지금과 여기’에 우뚝 서 있는 ‘나’는 언제나 인생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 시간은 나이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쉰이라도, 육십이라도, 칠십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고, 누군가를 보고 싶어 하고, 또 누군가를 위해 작은 희생과 봉사를 기꺼이 치르고자 하는, 세상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애정만 있다면 그는 인생의 청춘에 서 있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생을 마칠 때까지 그렇게 아름다운 청춘을 살다 간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로마의 휴일>에 등장했던 이십대 초반의 깜찍한 오드리 햅번도 기억하지만, 암으로 투병하는 중에도 유니세프 친선 대사로서 아프리카의 기아 어린이들과 함께 서 있는 노년의오드리가 더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젊은 영화배우로서의 오드리의 삶도 성공적이었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로 보냈던 생의 마지막 순간들이 그녀 인생의 절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역시 우리 삶의 최고 절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최고의 시간, 최고의 청춘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 시간을 거룩하게 보내지 않으면 나중에 더 많이 슬퍼할 테니까요.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라는 글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
장밋빛 볼, 붉은 입술, 유연한 무릎이 아니라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정열을 가리킨다.
인생이란 깊은 샘의 신선함을 이르는 말이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때로는 스무살 청년보다
예순 살의 노인에게 청춘이 있다.
이상을 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살을 늘리지만
열정을 가진 마음을 시들게 하지는 못한다.
고뇌,공포,실망으로 기력은 땅에 떨어지고
정신은 먼지가 되어 버린다.
육십 세든 십육 세든
인간의 가슴속에는 경이에 이끌리는 마음,
어린아이와 같은 미래에 대한 탐구심,
인생에 대한 흥미와 환희가 있다.
우리 모두의 가슴에 있는 ‘무선 기지국’을 통해
사람들과 하느님으로부터
아름다움,희망,격려,용기,
힘의 영감을 받는 한 그대는 젊다.
영감이 끊기고,
영혼이 비난의 눈으로 덮이며
비탄의 얼음에 갇힐 때
이십대라도 인간은 늙지만
머리를 높이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팔십 세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
쓰디쓴 실패를 경험한 모든 이들의 새 출발을 위하여 <실패하니까 사람이다>(최강 신부 지음, 가톨릭출판사 펴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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