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겸손의 첫 번째 단계: 하느님을 두려워함
“겸손의 첫째 단계는,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을 늘 눈앞에 두어 잠시도 잊지 않으며, 하느님께서 명하신 모든 것을 늘 기억하여 하느님을 경멸하는 자들이 자기들의 죄로 말미암아 어떻게 지옥 불에 태워지며, 또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마련된 영원한 생명이 어떠한 것인지를 자신의 마음속에 늘 생각하는 것이다.”(7, 10-11)
② 겸손의 두 번째 단계: 하느님께 순종함
“겸손의 둘째 단계는, 자신의 뜻을 좋아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를 즐겨하지 않으며, 오히려 ‘나는 내 뜻을 이루려고 온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이루려고 왔다’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실제 행동으로 본받는 것이다.”(7, 31-32)
③ 겸손의 세 번째 단계: 장상에 대한 무조건적 순종
“겸손의 셋째 단계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 때문에 온갖 순명으로써 장상에게 복종하여 ‘그분은 죽기까지 순종하셨다’고 사도께서 말씀하신 그 주님을 본받는 것이다.”(7, 34)
④ 겸손의 네 번째 단계: 인내-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에 대한 순종
“겸손의 넷째 단계는, 순명에 있어 어렵고 비위에 거슬리는 일 또는 당한 모욕까지도 의식적으로 묵묵히 인내로써 받아들이며, 이를 견디어 내면서 싫증을 내거나 물러가지 않는 것이다.”(7, 35-36)
⑤ 겸손의 다섯 번째 단계: 영혼의 개방성; 정직한 고백
“겸손의 다섯째 단계는, 자기 마음속에 들어오는 모든 악한 생각이나 남모르게 범한 죄악들을 겸손된 고백을 통하여 아빠스에게 숨기지 않는 것이다.”(7, 44)
⑥ 겸손의 여섯 번째 단계: 가난에 만족함
“겸손의 여섯째 단계는, 수도승이 온갖 비천한 것이나 가장 나쁜 것으로 만족하고 자기에게 부여된 모든 일에 있어, 자신을 나쁘고 부당한 일꾼으로 여겨 예언자와 함께 ‘나는 쓸모 없는 자이오며 알아듣지도 못하였나이다. 나는 당신 앞에서 짐승과 같은 처지오나 늘 당신과 함께 있겠나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7, 49-50)
⑦ 겸손의 일곱 번째 단계: 스스로 자신을 낮춤
“겸손의 일곱째 단계는, 모든 사람들 가운데서 자신이 가장 못하고 비천한 사람이라는 것을 자신의 말로써 드러낼 뿐 아니라, 마음 깊숙한 정으로 확신하여 자신을 낮추고 예언자와 함께 ‘나는 벌레요 사람이 아니며, 사람들의 조롱감이고 백성들의 천덕꾸러기이다.’ ‘내가 나를 높였음에 낮아지고, 부끄럽게 되었나이다’하고, 또 ‘당신이 나를 낮추셨기에 내가 당신의 계명을 배우게 된 것은 내게 좋은 일이었나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7, 51-54)
⑧ 겸손의 여덟 번째 단계: 온건함
“겸손의 여덟째 단계는, 수도승이 수도원의 공동 규칙이나 장상들의 모범이 권고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행하지 않는 것이다.”(7, 55)
⑨ 겸손의 아홉 번째 단계: 침묵
“겸손의 아홉째 단계는, 수도승이 말함에 혀를 억제하고, 침묵의 정신을 가지고 질문을 받기 전에는 말하지 않을 것이니, 왜냐하면 성서는 ‘많은 말에서 죄악을 피하지 못한다’ 또 ‘말이 많은 사람은 이 지상에서 오래 살지 못한다’라고 가르치기 때문이다.”(7, 56-58)
⑩ 겸손의 열 번째 단계: 감정의 조절
“겸손의 열째 단계는, 쉽게 또 빨리 웃지 않는 것이니, (성서에) ‘어리석은 자가 큰 소리를 내어 웃는다’라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7, 59)
⑪ 겸손의 열 한 번째 단계: 슬기로운 말씨
“겸손의 열한 째 단계는, 수도승이 말할 때 온화하고 웃음이 없으며 겸손하고 정중하며 간결한 말과 이치에 맞는 말을 하고, 목소리는 큰 소리를 지르지 않는 것이다.”(7, 60)
⑫ 겸손의 열 두 번째 단계: 겸손한 몸가짐
“겸손의 열두째 단계는, 수도승이 마음으로뿐 아니라 몸으로도 자기를 보는 사람들에게 겸손을 항상 드러내는 것이다. 언제나 머리를 숙여 땅을 내려다보고 자기 죄에 대하여 매시간 자신을 죄인으로 여겨, 이미 무서운 심판대에 서 있는 것처럼 생각할 것이다.”(7, 62-64)
여덟 번째 단계에서부터 진보자는 자기 자신 안에서 자아(自我)는 이제 서서히 사라지게 되고 하느님의 충만함에 몰입되기 시작한다. 그 과정으로 감정의 조절(열 번째 단계), 슬기로운 말씨(열 한 번째 단계), 겸손한 몸가짐(열 두 번째 단계)이 있다. 이 과정은 의식적 노력이 아닌 성령의 이끄심 - 물론 첫 단계(하느님을 두려워함)에서부터 성령의 이끄심은 존재한다 - 에 따라 사는 생활이다. 따라서 이 단계의 인간은 매우 자유로운 상태로 행동하는데 진보자는 서서히 하느님과의 합일에 이르게 된다. 성 베네딕도는 하느님과의 합일의 모습을 수도규칙 7장의 마무리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그러므로 겸손의 이 모든 단계들을 다 오른 다음에 수도승은 곧 하느님의 사랑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이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몰아내며, 이전에는 공포심 때문에 지키던 모든 것을 별로 어려움 없이 자연스럽게 습관적으로 지키기 시작할 것이니, 이제는 지옥에 대한 무서움에서가 아니라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과, 좋은 습관과, 덕행에 대한 즐거움에서 하게 될 것이다 ….”(7, 67-69)
성 베네딕도는 하느님과의 합일에 있어서 겸손을 강조해 왔다. 성인이 겸손을 그토록 강조한 이유는 인간이 하느님을 알기 위해서 먼저 자신의 처지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 자신이 하느님 앞에서 죄인이자 아무 것도 아닌 존재임을 단지 이성으로 뿐만 아니라 전존재로서 깨닫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아무 것도 아님’을 알아야 하고 이것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끊임없이 낮추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성인은 자기비하(自己卑下)로 보일 정도의 겸손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성인은 극도의 겸손 수련을 통해 내 안에 내가 존재하지 않고 오직 그리스도만이 존재하도록 이끌어 주는 길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 길은 세례자 요한이 예수를 만났을 때의 기쁨에 찬 어조로 “그분은 커져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합니다.” (요한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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