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존재의 수수께끼를 푼 현대의 오이디푸스, 지그문트 프로이트. 그는 코페르니쿠스와 다윈에 이어 서구 지성사에 가장 심대한 변화를 일으킨 불온한 과학자, 정신의 광대한 미개척지대인 무의식을 탐사하고 최초로 정신의 지도를 그린 정신의 탐험가였다. 프로이트가 창조한 정신분석은 정신의학을 넘어 철학,심리학,문화 이론으로서 인류의 지적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프로이트는 인류에게 결코 치유될 수 없는 치명적인 심리학적 모욕을 가했다. 그는 인간을 사유하는 존재, 자기 자신의 주인이 아니라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 노예의 위치로 끌어내린 환상의 파괴자였다. 또한 그는 정신분석이라는 무기를 들고 인간 집단의 의 기초를 이루는 예술, 종교, 문명의 뿌리까지 파 들어간 문명의 해부학자였다. 프로이트로 인해 인간은 자신을 과거와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프로이트는 언제나 맹렬한 증오와 열렬한 추종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그를 미워하는 사람일지라도 그를 존경하는 사람만큼이나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정신분석의 황태자에서 가장 냉랭한 적이 되어 프로이트와 결별한, 집단무의식의 아버지 카를 융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융의 분석심리학, 알프레트 아들러의 개인심리학, 멜라니 클라인의 아동심리학, 안나 프로이트의 자아심리학, 에릭 번의 교류분석 이론에 이르기까지 20세기 심리학은 프로이트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되었다. 프로이트의 이론은 심리학을 넘어 철학, 사회학, 문학, 교육학, 신학 등 많은 학문 영역에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였다.
이 책은 가난한 집안 출신의 명민한 유대인 소년이 세기말 빈에서 정신분석이라는 독창적 이론의 창시자이자 세계적인 정신분석 조직의 수장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촘촘히 재구성해 보여준다. 성(性)과 인간 정신에 대한 대담한 발견으로 시대와 불화했던 불온한 과학자이자 동시에 전형적인 19세기 부르주아 신사였던 프로이트의 양면이 깊이 있게 밝혀진다. 그는 두려움을 모르는 연구자로서 자신의 가장 깊은 존재의 대부분을 대중 앞에 드러냈다. 정신분석은 프로이트의 철저한 자기 분석에서 잉태되었다.
그는 시간 낭비라고는 몰랐던 일중독자, 30여 차례가 넘는 혹독한 암 수술을 이겨낸 뒤에 마침내 자신의 죽음마저 통제한 금욕주의자, 쏟아지는 비판 속에서도 정신분석이라는 씨앗을 거대한 숲으로 일군 노련한 조직가였다. 중독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었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니코틴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순의 인물이었다. 프로이트는 자신을 스스로 정복자라 불렀다. 이 책은 그의 정복의 역사다. 그 정복들 가운데서도 가장 극적인 것이 프로이트 자신의 정복이었음을 이 전기는 보여준다.
정신의 지도를 그리다 <프로이트 ⅠⅡ>(피터 게이 지음, 정영목 옮김, 교양인 펴냄)에서
피터 게이(1923~)=미국 예일대학 역사학 명예교수. 유럽 근대 사상사와 문화사 분야의 권위자로서 특히 계몽주의 연구, 부르주아 문화 연구에서 업적을 인정 받고 있다. 정신분석을 역사 연구에 도입한 선구자로서 ‘역사학계의 프로이트’로 불린다.
독일 베를린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무신론자 아버지 슬하에서 유대인이라는 자각 없이 자랐으나,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1939년에 고향을 떠나 1941년에 미국에 정착했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1969년부터 예일대 역사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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