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사람을 사랑하는 기술
이남곡 지음/휴·1만3000원
공자의 사상을 한 자로 표현한다면 인(仁)이다. 공자의 제자 번지가 스승에게 ‘인’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공자가 답했다.
“애인(愛人·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일까. 공자는 이에 대해 “지인(知人·사람을 알아보는 것)”이라고 했다. 사람을 알아보는데서부터 사랑이 실현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총선과 대선의 해를 맞아 정치가 이익을 중심으로 권력을 쟁탈하는 이전투구의 장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도록 돕는 조화의 예술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논어-사람을 사랑하는 기술>은 이런 막연한 세상에 성큼 다가서게 하는 희망을 한아름 안겨주는 책이다. 저자 이남곡(68)은 전북 장수 산골에서 된장과 고추장을 담구고 농사를 짓는 산골 사람이다. 전북 일대에서는 논실마을학교 이사장이기도 한 그는 인문학에 목마른 이들에게 실상사의 도법 스님과 함께 사상과 철학, 인문학을 가르쳐주고 이끄는 주역으로 평가받는 이이기도 하다.
그는 애초 공자를 보수 우익의 원조 정도로 여겼던 인물이다. 전남 함평 시골에서 태어나 상경해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교사운동을 하던중 1979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 사건으로 4년간 옥살이를 했다. 대학 1학년 때 당시 존재했던 ‘사법고시 예비고사’에 합격했지만, 자신의 성공보다 세상 불의를 이겨내는 ‘세상의 성공’을 꿈꾸면서 일신의 영달은 남의 일이 됐다. 세속적 잣대로 보자면 수재였던 그의 인생이 한참 꼬인 것이다. 그래서 신세 한탄이나 하며 완고한 노인이 되어갈법한 그에게 왜 젊은이들이 꿀에 취한 벌처럼 달려드는 것일까. 이 의문은 책을 몇쪽만 넘겨보아도 바로 풀린다.
그에겐 진보주의자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이분법과 단정과 규정과 고집을 찾아보기가 쉽지않다. 1980년대 정토회 법륜 스님의 요청으로 불교사회연구소장을 지내고, 무아집을 모토로 살아가는 경기 화성 ‘야마기시 실현지’ 공동체에서 8년을 살면서 단련된 수행의 결과만으로 보기엔 어려운 천품 같은게 느껴지는 인물이 그다. 젊은날의 단정을 버리고 그가 마침내 공자를 알고, 공자를 사랑하게 된 것도 그런 열린 사고가 아니면 가능치 않았을 일이다.
그는 이 책에서도 풍기가 문란한 마을에서 왔다는 이유로 한 젊은이를 제자들이 왕따시키자 지금 현재가 중요하지 출신, 부모, 고향, 학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가르친 공자의 예화를 들어, 어느 누구도 함부로 평하지 말고, 단정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또 당부한다. 세상 모두가 환호해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세상 모두가 비난해도 다시 한번 살펴보라는 탐구의 열린 자세 속엔 ‘사람을 사랑하기’ 이전에 ‘사람을 죽이지 않으려는’ 군자의 배려심이 담겨 있다.
불치병에 걸린 그의 부인을 위해 8년 전 장수 산골에 정착할만큼 부인을 사랑했던 그는 지난해 상처했다. 젊은날 그가 감옥에 갈 때 6개월 된 갓난아이만 남겨놓은 채 함께 옥살이를 해야했던 부인 서혜란씨는 여성민우회의 주역 중 한명인 여성운동가이자 생활협동조합 활동가였다. 수줍음 타는 그가 이 책을 낼 용기를 낸 것은 부인의 유언 때문이었다. 산골에서 마을 사람들과 <논어>를 함께 읽으며 공부를 했던 부인은 남편의 인격과 이상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기를 희망하며 눈을 감았다. 동지로서 만난 부인을 잘 알고 잘 사랑했던 남편의 향기가 더 널리 퍼지기를 바란 것이다.
그래서 70이 다 되어서도 민중을 위해 몸을 던졌던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한 ‘드문’ 인간의 이상을 드디어 많은 이들이 나눌 수 있게 됐다. 한 때 그가 경원했던 공자가 어떻게 ‘이남곡’을 통해 이상적 인간형으로 이상적인 세상을 그려내는지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없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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