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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좋은글

아름다운 청춘들, 왜 출가했을까.

등록 2012-06-15 16:55

원불교 여성 출가자들의 모습  사진 <한겨레> 자료

 "나는 도망치기 위해서 이 길을 걷기로 한 것이 아니다. 편하고자 이 길을 선택한 것도 아니다. 더 큰 일을 하고, 세상에 더 큰 도움이 되고자 이 길을 걷기로 한 것이다.”

 원불교 수도자로 출가를 서원한 청춘의 고백이다. 고연봉과 세속적 성공의 길을 두고 ‘좁은길’을 선택한 청춘 9명의 진솔한 고백기를 읽으며 내 자신이 삶의 초심으로 돌아감을 느낀다.  세속의 길을 접고 출가의 길을 택한 이들의 진솔한 고백담은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이 <청춘출가>는 나와 함께 여러 종교인들이 공부하는 환희당포럼의 멤버인 김제원 교무와 김 교무를 만나 출가한 청춘들의 이야기다.

 김제원 교무는 신언서판을 골고루 갖춘데다 노래는 장사익이 울고 갈 정도로 잘 부르고, 서예에도 문자향을 풍길 정도여서. 그야말로 도가(道家)에 썩고 있기엔 아까운 인물이다.

 그런데 자기만 그런게 아니고, 자기 못지않게 장래성이 보이는 젊은이들을 마구마구 출가시키고 있다. 이 책에 공동저자로 참여한 젊은이 9명도 모두 그가 3년 이내에 출가시킨 이들이다. 그가 머무는 교당  신자들조차 "우리 교당 젊은이들을 다 출가시켜버리면 우리 교당은 누가 이끌어가느냐"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그에게 “사회에서 한 몫을 단단히 해낼 촉망 받는 젊은이들을 왜 무산자로 전락시키느냐”고 핀잔 아닌 핀잔을 준 적이 있다. 그의 ‘마음 바다’가 능히 핀잔과 비판을 담을만 하기에 농을 던져보지만, 그가 그토록 사랑하는 딸들에 대해서도  “출가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 것인가. 그도, 그를 따라 출가한 젊은이들도 요즘 세상엔 찾아보기 어려운 ‘별종들’이 다.

 그러고 보니, 인간이란 참 흥미로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동물들은 양육강식의 세계지만, 제 배가 부르면 더 이상 욕심은 내지않는다. 그러나 인간들이란 먹지도 않을거면서 미사일이나 폭탄을 던지거나 가스실에 넣어 수많은 사람을 살육해 식인종만도 못한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한쪽에선 수억의 사람이 굶주리는데도 배터지게 먹고 비만으로 살을 빼고, 병 들어 치료하느라 용을 쓰는게 인간계의 모습이다. 그렇게 보면 짐승만도 못한게 인간인 셈이다.

김제원 교무  사진 <한겨레> 자료

 그런가하면 조선의 선비들이나 일제 때 만해 한용운처럼 배가 고파 영양실조로 죽어가면서도 자존을 지키기도 한다. 또 제 먹을 것이 부족한데도 남에게 내어주기도 하고, 자신의 몸을 돌보지않은채 다른 사람들을 구해 살신(殺身)하기도 하는게 인간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탐욕의 시대를 거치는 사이 후자의 인간상은 사라져 ‘천연기념물’이 될 정도고, 약육강식에 충실해 독식한 승자가 영웅으로 추앙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욕망에 충실한 것이 정당화 되고, 너나 할 것없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질주하는 대로를 벗어나 11명의 젊은이들은 ‘좁은 길’을 택했다.

 출가자들이 고백록에서 밝혔듯이 어찌 고뇌가 없었을 것인가. 두번 살 수 없는 인생이며, 한꺼번에 여러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어찌 두려움이 없었을 것인가. 

 하지만 그들이 결국 출가길을 선택한 것은 김제원 교무처럼 이 길이 참행복으로 가는 길이라는 확신이 섰기 때문일 것이다. 서양철학의 태두인 플라톤을 이상론자로 보는 것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스승과 비교해  현실론자로 보는데, 그는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산다’고 했다. 

그리고 행복은 동물과는 달리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기능인 ‘정신의 덕을 고양시키는 활동’을 할 때 주어진다고 했다. 행복을 가져다주는 덕(德)은 동물과 같은 신체의 덕이 아니라 ‘정신의 덕’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정신의 덕을 가지고, 자신에게 고유한 일, 자기에게 어울리는 일을 탁월하게, ‘매우 잘’ 수행할 때 가장 행복해지며, 그런 행복은 생애 전체에 완전한 덕을 성취함으로써 이뤄진다고 보았다.

 특히 `마땅한 때에, 마땅한 일에 대하여, 마땅한 동기로, 그리고 마땅한 태도로 행동하는 것‘이 바로 ‘최상의 행복’이라고 했다. 물질 세계에서 서양이 구세주로 등장했지만, 끝없은 탐욕으로 인한 오염과 갈등과 폭력으로 지구는 파멸의 위기를 맡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동양의 정신세계 구원 등판해야 할 시기다.

 원불교는 100년 남짓의 역사 밖에 가지지않았지만, 그렇기에 역동적이고 생동하는 힘이 있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표어 자체가 현대 사회의 병통의 핵심을 짚고 있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진리 체계만으로도 탁월하지만, 원불교의 특징은 진리가 벽장 속에 들어가 있지않고, ‘현재’에 살아있다는 점이다.

 원불교인들은 진리를 만나기 위해 사서삼경과 팔만대장경과 성서를 뒤적일 필요가 없다. 지금도 소태산·정산·대산 등 선진들의 삶을 체화해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늘 가까이서 뵐 수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그것이 세속의 금덩이보다 얼마나 소중한 보배인지를 알아보고, 세속의 금덩이보다 인간을 얼마나 위대하고 행복해하는지를 아는 자들만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출가의 길이 아닐 수 없다.

 석가모니를 비롯한 과거의 불보살과 과거의 스승들에게 절하며 추앙하기만 하려면 굳이 세상에 원불교가 나올 필요가 없었을 지 모른다. 따라서 나는 이들 출가자들이 100년 전의 진리에 머물지 않고, 그곳이 미국이든 유럽이든 아프리카든 발 딛는 곳 어디에서나, 남녀노소 누구를 만나거나 그 자리에서 그가 바로 불보살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들이 내딛는 발걸음마다 마음 밭에서 연꽃이 피어나, 그 향기가 온 법계에 가득하기를.

 김제원·김성현·박예성·류현진·유지영·오선허·이지현·허석·이진원·고혜경 /솝리·1만3천원 

 추천사  종교마다의 겉모양 차이와 특색에도 불구하고, 성직자로서 일생을 살기로 작정하고 나선 사람들의 고민, 방황, 결단, 은혜, 자유, 그리고 축복의 경험은 대동소이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김경재 목사(한신대 명예교수)  이 책은 거북이처럼 자시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아름다운 젊은이들의 고백록이다. 너무도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이들의 진지한 성찰과 응답과 용덕에의 공감으로 밤새 눈물로 마음 벅차게 했다.   -박기호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예수살이공동체 산위의마을 대표)  이 길은 가슴 벅찬 환희의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 가고 있는 ‘옛 길이요, 오늘의 길이요, 미래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법인 스님(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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